금리상승 영향으로 막대한 이자이익, 하반기 취약 차주 고통 분담 등 요구 커질 듯
4대 금융그룹이 금리 상승 등에 힘입어 올 상반기 약 9조 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들어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는 등 금리 인상 후폭풍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금융 그룹의 실적 고공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막대한 이자이익으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취약 차주에 대한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금융당국이나 사회적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 지주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조9662억 원을 달성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그룹이 일제히 역대 최대실적을 경신했고, 하나금융만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리딩뱅크는 KB국민이 차지했고, 우리금융이 하나금융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KB금융그룹은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한 2조7566억 원을 올려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2분기 순이익은 1조30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는 8.2%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10.3% 감소했다. 2분기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은 333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8.9% 많았다. 미래 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반영, 충당금을 약 1210억 원 정도 더 쌓았다. KB금융은 올해 2분기 배당금을 1주당 500원으로 결정하고,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의결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어난 2조7208억 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이자이익은 17.3% 증가한 5조1317억 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 순이익은 코로나 19 여파·경기침체 우려 등을 반영해 대손 충당금을 늘리는 등 영향으로 직전 분기보다 5.7% 감소한 1조3204억 원을 기록했다. 해당 분기에 쌓은 대손 충당금은 직전 분기 대비 47.0% 늘어난 3582억 원이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기로 한 만큼 올 2분기 배당금은 8월 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7614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24% 늘어난 수준이다. 2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잠정)이 9222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22.4% 증가했으며, 전 분기보다 9.9%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이자 이익은 4조103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5% 증가했다. 금리 인상기에 기업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난 결과다.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8.6% 증가한 7828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은행 부문의 수익 비중은 상반기 20% 수준까지 올랐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날 주당 150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하나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한 1조7274억 원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소폭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화폐성 손해 발생, 1분기 중 실시한 특별퇴직 등 일회성 요인으로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룹의 이자이익(4조1906억 원)과 수수료이익(9404억 원)을 합한 핵심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5조1310억 원을 달성했다. 핵심 수익성 지표인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80%로 나타났다.
그룹의 충당금 등 전입액은 42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6%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상반기 누적 1846억 원의 선제적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충당금 등 전입액(5326억 원)의 80% 규모를 적립했다.
주요 자회사별 상반기 순이익을 보면 하나은행은 2분기 7065억 원을 포함한 1조373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수치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주당 8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하반기에도 역대급 실적이 예고되는 가운데 취약 차주에 대한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금융당국이나 사회적 여론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제2차 비상경제민생대책회의를 열고 금융 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25조 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내놨다. 9월로 예정된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연착륙에 따른 금융권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상승과 여신 성장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늘면서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하반기에는 취약 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등 금융당국의 요청과 사회적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 및 청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고객과 사회의 미래 성장에 기여하는 금융 환경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