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담장·북신문도 원형복원, 궁궐담장길도 신설…역사 숨결 물씬
1932년 일제가 율곡로를 개설하며 갈라놓은 창경궁과 종묘 사이가 90년 만에 다시 연결됐다.
20일 프레스 투어로 공개된 창경궁과 종묘 사잇길은 역사복원사업을 통해 조선 왕실의 역사를 다시 되살린 모습이었다. 창경궁과 종묘 사이에 있던 율곡로가 지하화 됐고, 일제가 없앤 궁궐담장과 북신문도 원형 그대로 복원되며 역사의 숨결이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곳으로, 국내 최초로 등재된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이다. 본래 창경궁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하나의 숲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1932년 일제가 종묘관통도로(현 율곡로)를 개설하며 창경궁과 종묘를 갈라놨다. 이 과정에서 임금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했던 북신문도 사라지게 됐다.
이번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을 통해 △궁궐담장 복원 △창경궁과 종묘 사이 녹지대 생성 △궁궐담장길 조성 등이 이뤄졌다.
우선 궁궐담장은 원형이 남아있는 주변 담장 형식을 토대로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궁궐담장에는 공사 중 발굴된 옛 종묘 담당의 석재와 기초석을 30% 이상 재사용했다. 궁궐담장 곳곳에서 색이 빛바랜 옛 돌을 찾는 묘미도 느껴볼 수 있다.
태종, 영조 등 조선 역대 왕들이 창경궁에서 종묘를 갈 때 이용했던 북신문도 복원됐다. 시는 종묘의궤, 승정원 일기 등 문헌을 참고해 창경궁의 동문인 월근문을 토대로 북신문을 복원했다. 북신문 아래는 6차로로 뚫린 터널이 생겨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경궁과 종묘 사이는 녹지로 연결됐다. 궁궐담장 주변으로 동궐과 종묘의 주된 수종인 소나무, 참나무류, 귀룽나무, 진달래 등이 줄지어 늘어서며 약 8000㎡ 규모의 전통 숲을 조성했다.
조선 왕실의 발자취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는 ‘궁궐담장길’도 새로 생겼다. 궁궐담장길은 340m 길이로 노약자‧임산부‧장애인 등 보행약자도 편리하도록 계단과 턱이 없는 완만한 경사로 설계됐다. 돈화문 앞에서 원남동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궁궐담장길은 시민들의 새로운 걷기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은 2011년 오세훈 시장이 서울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문화적 품격을 높인다는 목표로 첫 삽을 뜬 지 12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총 사업비는 1008억 원이 들었다.
특히 이번 사업을 통해 조선의 궁궐과 국가상징물의 역사적‧전통적 가치를 회복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21일에는 오세훈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민개방행사가 열린다. 22일부터는 시민들이 복원된 담장·녹지와 새로 조성한 궁궐담장길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다만, 시민들이 궁궐담장길에서 곧바로 종묘와 창경궁으로 드나드는 건 당분간 불가능하다. 시는 창경궁과 종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현재 문화재청과 협의 중이다. 하현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장은 “궁궐담장길에서 종묘와 창덕궁을 바로 출입하는 것은 문화재 관리 측면에서 문화재청과 협의를 해야 해서 검토 중”이라며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