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한국 오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어떤 인물?

입력 2022-07-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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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옐런 장관은 19일 윤석열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한국 고위급 인사들과 만난 뒤 취임 후 첫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을 마무리한다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옐런은 재무장관 취임 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을 지내면서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잘 알려진 인물. 이번 한국 방문 목적과 그가 걸어온 길을 짚어본다.

◇방한 목적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이번 방한 일정에서 공급망 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위한 세계적 노력에 한국의 참여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윤 대통령을 예방하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회담한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서울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계속 추진하고, 한국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경제 파트너들과의 무역 관계를 증진시키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통해 공급망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또 최근 미국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투자를 발표한 LG사이언스파크도 방문해 한국 등 동맹국들과의 강력한 파트너십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가 경제 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 여성 기업가들과 오찬을 가지며, 한국은행(BoK) 여성 이코노미스트들과의 만남도 예정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방한에 앞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 후 일본을 방문했다.

◇미국 최초 여성 재무장관...옐런은 어떤 인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제학은 교과서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8만4000명의 정부 직원이 있습니다. 지금 그 일원이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작년 1월 26일 미국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으로 취임한 옐런이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는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에 이어 미국 정치계의 유리 천장을 깨고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알렉산더 해밀턴부터 스티븐 므누신까지 77명의 미국 재무장관이 있었지만, 옐런 앞에 한 번도 여성은 없었다. 올해로 76세인 옐런은 지금까지 연준 의장과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았다. 재무장관 자리까지 오르면서 미국 경제의 핵심을 담당하는 3개의 포지션을 모두 역임한 첫 인물이 됐다.

◇‘최초 여성’ 수식어 달고 다녀도...젠더 발언은 안 해

▲뉴욕연방준비은행 트위터 계정
공적 영역에서 ‘최초 여성’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성(젠더)을 의식한 발언은 거의 하지 않는다. 영어로 의장을 의미하는 ‘체어맨(chairman)’이 아닌, ‘체어우먼(chairwoman)’이라 불렸을 때는 혐오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그런데도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혐오 표적이 됐다.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미국 대통령은 연준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90년대부터 관례로 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옐런의 연준 의장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1기로 끝냈다. 당시 트럼프는 “키 160㎝ 정도의 옐런은 위대한 지위를 구현하기에는 너무 작다”며 남성인 제롬 파웰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이에 SNS상에서는 연준의 공식 계정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그녀처럼 재킷 깃을 세운 사진을 올리고, ‘#PopYourCollar’ ‘#WomenInSTEM’이라는 해시태그로 옐런의 공적을 칭찬했다.

연준 의장 퇴임 후 옐런은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특별 연구원이 됐다. 이 연구소가 주최한 ‘연방정부 이코노미스트 젠더와 차별의 다양성’ 행사에서 단상에 오른 옐런은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그는 “경제계에서는 여성과 마이너리티가 크게 과소평가되고 있다. 왜 다양성이 중요한가? 왜 경제계에 인클루전이 중요한가? 자신의 경제 상황이나 임금에 만족한다고 답한 여성은 20%에 불과했다. 또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괴롭힘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옐런이 연준 의장을 맡을 무렵, 미국 경제는 실질적으로 개선됐다. 금융위기 이후 1700만 건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 고용정세가 개선됨에 따라 여성이 새로 노동인구에 합류해 흑인 실업률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공적 중 하나로 과시했지만, 국제금융시장과 각국 정부에서는 옐런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퇴임하면서 옐런은 “재무 시스템이 10년 전에 비해 강화된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는 짧은 말로 트럼프에 의문의 1패를 안겼다.

◇노벨상 수상한 남편도 가사ㆍ육아는 똑같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총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장례식 쓰야에 11일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자란 옐런은 고등학교 시절 메모광으로 유명했다. 교지 편집장을 맡았고,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생 대표로 선정됐다. 브라운대학 졸업 후 노동시장 전공으로 예일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조교로서 옐런은 제임스 토빈의 거시경제학 수업 시간에 필기를 아주 꼼꼼하게 했다. 이에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그녀의 노트는 ‘옐런 노트’로 불리며 족보처럼 통했다. 그는 1971년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24명의 경제학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그의 스승이었던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옐런에 대해 “가장 똑똑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남편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다. 둘은1977년 연준 연구를 통해 인연을 맺고 사귄 지 반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데, 옐런은 과거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육아와 가사 분담에 대해 “내 남편은 항상 동등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데 열심”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 사령탑으로서 재계와 정계 모두 깊은 인맥과 경험이 있는 옐런의 능력에 기대의 목소리가 크다. 옐런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데믹 종료와 국민의 지원이다. 경제를 성장시켜 미래 세대에 혜택이 되는 장기적인 투자가 지금 가장 주력해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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