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리랑카 국가부도에 신흥국 자금줄 역할 시험대

입력 2022-07-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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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명목하에 신흥국에 막대한 대출
스리랑카에만 20년간 117억 달러 대출
상환여력 악화 채무국 부채 탕감은 미온적
탕감 대신 ‘대출 돌려막기’ 제안 또는 대출기간 연장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스리랑카의 정세가 연일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그간 중국이 스리랑카를 포함해 신흥국들 사이에 구축했던 ‘대출기관’ 역할이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신흥국 부채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의 ‘돌려막기 식’ 차관 제공을 꼽으면서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리랑카는 20년에 걸쳐 외국의 대출과 투자 등 자금 지원을 받아 경제 성장을 도모했다. 그 뒤에는 중국의 뒷받침이 있었다. 그 결과 스리랑카의 대외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2001년 83억 달러(약 10조9000억 원)대였던 스리랑카의 대외채무는 2021년 507억 달러로 폭증했다. 이중 중국이 비중이 상당하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대출기관들이 스리랑카에 제공한 대출 규모가 117억 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라 인프라 투자 명목으로 신흥국들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내줬다.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중국의 대출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 결과 서구와 일부 아시아 국가 22개국으로 구성된 파리클럽(채권국 비공식 그룹)보다 개도국에 더 많은 차관을 제공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광산업 침체와 외화 급감, 인플레이션 등이 스리랑카 경제를 옥죄었고, 대외채무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문제는 중국이 대출 제공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대출 상환이 어려운 국가들에 대한 채무 조정에는 미온적인 입장이라는 점이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사이 중국이 스리랑카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대신, 새로운 대출을 받아 기존 부채를 갚는 이른바 ‘대출 돌려막기’를 제안해 부채 위기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스리랑카는 이 같은 제안에 동의했고, 중국으로부터 30억 달러의 신규 대출을 받았다고 WSJ은 지적했다.

채무국이 부채를 갚지 못해도 중국이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 임대권이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이 항구를 99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챙겼다.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던 스리랑카 정부가 중국 국영기업에 임대 권한을 내준 것이다.

현재 스리랑카 외에도 중국이 대출을 내줬던 잠비아와 에티오피아 등도 현재 부채 구조조정 중이고, 케냐와 캄보디아 라오스 등 다른 신흥국들도 부채 상환 만기 다가오고 있지만, 이들의 상환 여력 크지 않아 부채 조정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원금 탕감은 없이 대출 기간만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조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는 신흥국의 부채 문제가 세계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다며 이들의 부채 탕감 등 적극적인 채무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잠비아 대외부채 조정과 관련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비난에 못 이겨 올해 2월 마지못해 IMF의 부채 축소 계획을 수용해 공식 채권단에 합류하기로 했지만, 중국 대출기관들의 의견 불일치로 인해 채무협상은 이제까지 단 한 차례만 열리는 등 지연되고 있다.

중국은 IMF와 향후 부채 조정 협상을 통해 스리랑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부채 탕감보다는 신규 대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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