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 절실…시작은 '치료제 지원'부터"

입력 2022-07-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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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보호자 “윤석열 정부 희귀질환 치료 보장성 강화 약속 지켜지길”

(사진제공=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우리 아이 소원은 단순합니다. 아이에게 꿈을 물었는데 아이가 ‘나는 어른이 되고 싶어’라고 했습니다. 소원을 꼭 들어주고 싶습니다. 고액 의료비 부담을 완화해 주셔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희귀질환 환우 및 가족들도 새 정부가 추진하는 바와 같이 ‘함께 행복하게 잘사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희귀질환 ‘신경섬유종증’을 앓고 있는 태경이 아빠 이경문씨의 호소다. 최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소아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이경문씨는 우리 사회와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소아 희귀질환 인식 개선과 치료 접근성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이 토론회에서는 국내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뒤처져 있는 소아 희귀질환 치료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희귀질환 환자 늘고 있지만, 승인된 치료제는 5%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교수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유병인구 2만 명 이하 혹은 알 수 없는 질환으로, 7000개 이상이다. 통상적으로 인구의 5~10%는 희귀질환을 갖고 있고, 50% 이상 소아기에 진단되고 30% 이상 5세 전 사망한다.

국내 희귀질환 환자는 지난 10여간 동안 계속 증가해 왔다. 18일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통계연보(2020년)에 따르면 국내 희귀질환자는 2008년 23만8687명에서 2013년 41만8220명, 2018년 50만1320명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희귀질환 치료 상황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

이범희 교수가 인용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허가 받은 희귀질환치료제 32개 중 현재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된 의약품은 14개 품목이고, 이 중 소아용 의약품은 4개 품목(29%)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약이 있어도 없어도 어려움을 겪는 소아 희귀질환으로 태경이가 앓고 있는 신경섬유종증1형을 비롯해 멘케스병, 염색체 우성 저인산혈증, 클리펠-트레노 우네이-베버증후군, 지방대사이상 증후군, 척수근육위축증, 연골무형성증 등을 꼽았다.

또한 희귀질환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희귀의약품 문제도 제시됐다.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발표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국내 총약제비 대비 희귀의약품 비용은 비중은 2018년 전 세계의 경우 14.2%인 반면, 국내는 2.1%로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가된 품목 수가 적고, 건강보험 급여가 안되고 약가 비용도 낮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형기 교수에 따르면 희귀의약품의 국가별 급여율의 경우 한국은 2012년~2021년 51.1%로, 유럽 주요 국가(2000~2016년 기준)인 독일 90.8%, 영국 70.6%, 프랑스 68.7%, 스페인 63.2%에 비해 낮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약리학과 이형기 교수

희귀질환 환자·보호자들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적용 확대” 한 목소리

윤석열 정부는 희귀질환 치료 보장성 강화를 통해 환자들이 보다 더 많은 치료 기회를 받도록 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은 해당 정책이 꼭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경문 씨는 “태경이는 12살인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경섬유종증 진단을 받았다. 태어난지 8개월 째, 목뼈 내 큰 신경섬유종이 있어 목뼈 일부와 종양 제거 수술을 시작으로 매년 종양 제거 수술을 2회 이상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로 셀루메티닙(코셀루고)을 복용하면서 태경이 상태는 호전됐다. 셀루메티닙은 202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서 승인됐고,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 씨는 “현재 새로 나온 임상 약을 복용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매년 해왔던 수술은 현재까지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 태경이에게 신약의 가치가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신약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하다. ‘죽음’이라는 단어까지 생각하게 한다”며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 받을 수 있도록 경제적인 치료 접근성을 신속히 결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수진 유전성혈관부종환우회장도 토론회에서 “환자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예방 치료제다. 최근 새로운 유전성혈관부종 치료제가 개발돼 식야처 허가는 받았지만, 보험급여 문턱을 넘지 못했다”면서 “이번 정부 국정 과제에서 희귀질한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 목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계획에 그치지 말고 절실히 필요한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사진제공=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전문가들 “희귀질환 진단, 국가가 치료 환경 개선 나서야”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진단과 치료 환경 개선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범희 교수는 “희귀질환은 조기진단이 의학적으로 중요하고, 유전상담사 등 관리도 중요하다. 국가 주도로 진단 사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형기 교수는 희귀질환 지원을 위한 정책과 제도개선 과제로 희귀질환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확대하고, 신속한 급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희귀질환치료제의 비용 효과를 평가하는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을 확대하고, 임상적 유요성이 있는 신약을 우선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한 후 실제 평가 결과에 따라 가격과 급여 지속 유무를 결정하는 ‘선 급여 후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희귀의약품(질환치료제) 관련 법률 정비와 관련 부서 일원화 △신약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건강보험 이외의 정부 재원 확보 등을 제도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형기 교수는 “단순히 희귀질환 치료만이 아니라 치료 겨로가가 사회 전체에 가져올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 절감을 위한 윤리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종성 의원은 “환자 수가 적은 희귀질환은 상대적으로 많은 보장성 강화 논의에서 소외돼 왔따.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거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중증·희귀질환 환아와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인 고민과 도움이 필요하다”며 “소수더라도 꼭 필요한 국민들에게 적절한 치료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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