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새 항공모함, 그 이름에 숨은 시진핑의 대만 야심

입력 2022-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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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 공개
건조한 지역명 딴 과거와 달리 푸젠으로 명명
네덜란드 지배 받던 대만 탈환한 정성공 기리는 의미
푸젠성이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점도

▲중국 상하이에서 지난달 17일 푸젠함 공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상하이/신화뉴시스
중국은 지난달 세 번째 항공모함인 ‘푸젠’을 공개했다. 한 국가가 항공모함을 세 대 보유한 건 미국에 이어 중국이 두 번째다. 중국의 군사 강국 이미지를 부각한 푸젠함의 이름 뒤엔 대만을 향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착이 숨어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최근 분석했다.

푸젠함이 등장하기 전, 중국에는 랴오닝함과 산둥함이 있었다. 두 이름 모두 배를 건조한 지역명을 따서 만들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푸젠함 역시 장쑤함이나 저장함으로 지어야 맞다. 배를 건조한 장소 인근에 장쑤성과 저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돌연 푸젠성에서 새 항공모함 이름을 따왔다.

닛케이아시아는 푸젠성이 장쑤성이나 저장성보다 더 남쪽에 위치하고 대만과 마주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 주목했다. 줄곧 대만과 ‘하나의 중국’을 놓고 대치하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것.

실제로 푸젠함이 공개되기 사흘 전 푸젠성에선 대규모 공산당 행사가 열렸는데, 여기에 당국이 푸젠함으로 명명한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행사는 1662년 명나라를 이끌었던 정성공이 대만을 침공해 정부를 수립한 지 3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정성공은 네덜란드 통치를 받던 대만에 최초의 한족 정권을 세웠다는 공을 인정받아 여전히 중국에서 영웅으로 칭송되며, 중국 학교에선 그를 대만을 “탈환”한 영웅으로 가르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푸젠성은 정성공이 대만을 침공할 때 군사 거점으로 활용됐고, 시 주석이 30대 초반 부시장으로 지내는 등 여러모로 시 주석과 인연이 깊다.

쉽게 말해 이 행사는 “대만은 애초에 중국에 귀속됐다”는 점을 상기하는 행사인 것이다. 당시 푸젠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엄격한 방역정책을 펼치고 있었지만, 많은 고위급 공산당 관리들이 참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대만과 마주 보는 지역에서 ‘대만 탈환’ 기념식을 열고 새 항공모함 이름을 따옴으로써 중국은 대만에 관한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019년 5월 9일 가오슝 해군 잠수함 공장을 살피고 있다. 가오슝/AP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곳곳에선 중국도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이와 관련한 여러 신호가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은 2035년까지 베이징과 대만 타이베이를 잇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망을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동의하지도 않았지만, 이미 중국 교통부 홈페이지엔 계획을 설명하는 지도가 게시돼 있다. 중국이 계획 중인 고속철도 경로에는 시 주석이 과거 즐겨 찾았다는 푸젠성의 핑탄섬도 포함됐다.

또 대만 정책에 관여하는 류제이 대만판공실 주임은 최근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유력 후보였던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달 국가광파전시총국(광전총국) 부국장으로 발령나면서 류제이 부임설에 힘이 실린다. 이 모든 게 시 주석의 대만 흡수 계획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푸젠함이라는 이름은 의심할 여지 없이 대만인들에게 위협적인 인상을 줄 것”이라며 “국제적인 압박에 맞서기 위해 중국은 대만에 강력한 입장을 보여야 하겠지만, 이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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