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잇단 유찰…“건설업계 수주 셈법 고민 깊어진다”

입력 2022-07-10 17:00수정 2022-07-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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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남성아파트' 두번째 유찰
공사비 증액에도 시공사 못 찾아
부산 '우동3' 지방서도 잇단 유찰
원자잿값 상승 등 사업성 나빠져
건설업계 '수주 옥석가리기' 심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전경 (사진출처=네이버 부동산)

최근 건설업계가 정비사업 수주를 두고 셈법 고민에 빠졌다.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정비사업지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유찰되는 사업지도 늘고 있고, 경쟁사가 없어 수의계약으로 무혈입성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이른바 수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사 선정 입찰 마감 결과 응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벌써 두 번째 유찰이다. 이 단지는 1월 1차 시공사 선정을 진행했지만, 수주를 원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된 바 있다. 앞서 5월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를 포함한 7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정작 실제 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이 단지는 지난 1차 입찰 실패 이후 공사비를 증액했음에도 시공사가 선정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조합은 1차 입찰 당시 책정한 공사비 1050억 원을 1260억 원으로 대폭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시공사와 견해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남성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다음 주 이사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공사비 인상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 수주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계속된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이익계산이 치밀해진 탓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곳들은 과감히 입찰을 포기한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은 올해만 벌써 5번째 시공사 입찰공고를 냈다. 이 사업은 추정 공사비가 약 1조 원에 달하는 대어로 꼽히지만,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건설사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잇따라 유찰됐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수진1구역’ 역시 4월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결국 유찰됐다. 이 사업은 아파트 5259가구 및 오피스텔 312가구 등 공사비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장설명회 당시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4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정작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쟁사가 없어 수의계약으로 무혈입성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시공사 선정 시 한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되고, 유찰이 2회 이상 반복하면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수주한 8곳을 모두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GS건설도 상반기 7곳 중 6곳을 경쟁사 없이 손에 넣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건설행위를 보장하기 위해 중소업체에 세금 감면 혜택 확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 기조에 전망은 나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주택공급확대와 민간정비사업의 활성화"라며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 개편 등 정책이 가시화하는 만큼 향후 수주 물량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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