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금융통만 모십니다”…좁아지는 검찰 입지에 콧대 높아진 대형로펌들

입력 2022-07-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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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로펌들의 ‘검사 영입전쟁’은 옛날이야기다. 이제는 로펌 간 영입경쟁이 아니라 전관들의 로펌행 경쟁이 더 치열하다.

한 중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의 이야기다. 과거에는 검찰 전관들에 대한 로펌의 수요가 높아 이들의 몸값이 높았지만 이제는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계기로 검찰의 입지가 좁아지며 검찰 전관들의 인기도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정기 인사 이후 많은 검사들이 검찰을 떠났지만 이들이 변호사 시장에서 얼마나 대우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10대 로펌 가운데 최근 검찰 출신을 영입한 로펌은 네 곳이다. 이들은 정기검찰 인사 전후로 사표를 낸 검사들을 영입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최청호(사법연수원 35기) 전 밀양지청장, 태평양은 김정환(33기)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 세종은 진현일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10부장, 율촌은 김수현(30기) 전 창원지검 통영지청장과 김락현(33기) 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 김기훈(34기) 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장을 영입했다. 그밖에 다른 로펌들은 “인재가 있으면 영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사표를 낸 검사 약 50여 명이 곧 법률시장으로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개업보다 대형로펌행을 선호한다. 사건 수임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로펌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 전관 출신 변호사를 딱히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 대형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최근 검찰에 사표를 낸 사람들 중 몇 명 먼저 연락이 왔지만 잘 모르겠다.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때문에 검찰 출신은 조금 고민스럽다”며 “경제‧금융 전문이 아니고서야 ‘검찰 전관’이라는 이름표만으로 그들이 변호사 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불이 꺼진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 사건이 줄어들며 변호사 시장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도 좁아졌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됐고 9월부터 시행될 검수완박 법안 때문에 검찰의 수사범위는 경제‧부패로 한정된다. 때문에 변호사 시장에서 경제‧금융 전문 전관 출신에 대한 선호 현상은 여전하지만 그 외에는 그렇지 않다.

앞서의 중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검찰에서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분야는 특수와 금융이기 때문에 특수통‧금융통의 몸값은 아직 높지만 그 외의 전관은 로펌이 먼저 적극적으로 영입할 필요는 없다”며 “문제는 로펌에서 인기 있는 특수통‧금융통은 변호사 시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 이번 검찰 인사에서 ‘요직’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대형로펌에 영입된 인물 대부분 금융 수사 등 인기 분야 전문가들이다. 최 전 지청장은 대구지검과 수원지검 특수부,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을 거친 특수통으로 알려졌다. 김정환 전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와 특별수사부, 등에서 공정거래 사건 등을 담당했다.

김수현 전 지청장은 금융위원회에 파견 근무를 하고 서울중앙지검에서 금융-노동 사건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김락현 전 부장은 ‘라임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금융 수사를 지휘했고 김기훈 전 부장은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에서 활동했다. 서울남부지검에서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품 수수 의혹을 수사했다.

두 달 사이에 50여 명에 달하는 검사들이 변호사 시장에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금융통이나 특수통이 아닌 전관들은 로펌 입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의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먼저 접촉하는 전관들도 있고 협의 중인 인물들도 있지만 대체로 그들이 원하는 기대 수준과 시장에서 현실에는 차이가 다소 있다. 이제는 다 ‘찬밥’됐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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