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서울중앙지검 검사들, 인권보호관으로 가는 사연

입력 2022-07-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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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최근 검찰 정기인사에서 많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인권보호관 등 비수사 자리로 발령받았다. 지난 정부에서 주요 수사를 담당했던 이들을 ‘비윤’으로 분류하며 수사 보직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편 가르기 인사’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 검사 34명 중 11명이 지방검찰청 인권보호관 혹은 인권보호부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다. 서울‧수도권에서 근무하던 검사들이 지방으로 전출되는 것은 일반적이고 당연하지만, 인권보호관 발령은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 검찰 내 기피 보직이기 때문이다.

인권보호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내 인권 개선에 필요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마련한 직제다. 인권보호부장은 수석부장자리이며 통상 차장급 검사들이 발령받는다. 사법경찰 사건 송치‧불송치 사건을 들여다보고 관련 영장과 불송치 사건 처리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인권보호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인권 교육과 조사 등이 주요 업무다. ‘인권’에 대한 업무를 다루고 이해도가 높은 만큼 공보 업무도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수사 업무는 하지 않는다.

검찰 내에서 안타까운 시선들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인사가 뜻하는 바는 확실하다. 이전 정부에서 주요 사건을 수사한 사람들은 알아서 옷 벗고 나가라는 것”이라며 “지금의 검찰 수뇌부와 가까운 사람들을 데려와서 전 정권에 대한 수사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검찰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앞세운 전 정부 수사를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주요 수사를 담당한 이들을 배제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인사에서 ‘요직’으로 발령받은 다른 부장검사는 “모두들 능력 있는 부장검사들인데 ‘전 정권 인사’로 보였는지 이런 식으로 인사를 내버렸다”라며 “이번 인사는 너무 ‘극과 극’”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지방의 인권보호관으로 발령받은 서울중앙지검 부장들 가운데 일부는 검찰을 떠났다. 이혜은 공보담당관과 이선혁 형사1부장, 류국량 공판1부장, 임대혁 형사13부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혜은 공보관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의 대형 이슈인 ‘대장동 개발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주요 사건 공보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대혁 형사13부장은 ‘육류 수입업자 뇌물 사건’과 관련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2019년 인사와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 등을 통해 손발을 맞춘 후배 검사들에게 요직을 내어줬고 검찰에는 ‘특수통 약진‧공안통 부진’ 기조가 뚜렷해졌다.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에 ‘적폐수사’ 실무를 담당했던 신자용 현 검찰국장과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발탁됐었다.

2019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편향 인사’로 한직으로 밀려나 검찰을 떠난 한 변호사는 “지금 사표를 내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이고 그 당시의 ‘윤석열 인사’를 떠올리게끔 한다”며 “부장검사들은 아무런 정치적인 의도가 없이 맡은 수사만 열심히 했는데 결국 수뇌부의 논리에 의해 이렇게 상처받고 나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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