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앙은행들, 고유가·강달러에 잇따라 외환보유고 방출

입력 2022-06-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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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긴축 따른 달러 강세에 자국 통화 지키기 나서
태국 외환보유고 2년여 만에 최저
한국과 인도 1년 내 최저
외환위기 교훈에 달러 축적했지만, 한계 직면

▲아시아 주요국 외환보유고 변동폭 2017년 5월 30일 기준. 단위 %. 검정: 필리핀/ 빨강: 말레이시아/ 파랑: 인도네시아/ 초록: 태국/ 회색: 한국/ 분홍: 인도. 출처 블룸버그.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강달러로 인한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수년간 쌓아온 외환보유고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태국 외환보유고는 2214억 달러(약 284조 원)를 기록해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는 2020년 11월 이후, 한국과 인도는 1년 내 최저 수준으로 각각 집계됐으며 말레이시아는 무려 2015년 이후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외환시장 변동이 심할 때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그간 달러를 축적해 왔다.

GAMA자산운용의 라지브 데 멜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부 국가는 시장 움직임이 과도하게 커지자 통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사용했을 것”이라며 “그들은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약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하락을 완화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 가치를 높이자 달러 매입을 철회하는 모습도 보인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자국 통화 변동성을 줄이겠다고 공표했고, 필리핀은 변동성을 억제하려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강달러는 국제유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원유 구매 비용을 높이는 문제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과거엔 강달러가 수요를 억제해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에너지 대란 속에 고유가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 구매가 느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타이트한 석유시장과 세계 경제 전반에 걸친 위험을 따져볼 때 강달러와 고유가가 함께 가는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연준이 내달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하면서 아시아 통화 가치는 더 많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UBS자산운용의 조반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석유 재고가 적고 더 큰 공급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석유는 (달러와 무관하게) 자체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필리핀 페소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인도 루피는 지난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이미 아시아 지역 통화 가치는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골드만삭스는 악화하고 있는 재정과 연준의 긴축으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에 아시아 국가들이 계속 휘둘릴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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