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에 기피했던 관객도 맘 편하게..." 박찬욱 감독의 기대

입력 2022-06-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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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CJ ENM)
보지도 않고 괜히 겁먹고, 끔찍한 장면이나 선정적인 장면이 있다는 소문이나 선입견 때문에 (제 영화를) 기피했던 관객들도 맘 편하게 오실 수 있을 겁니다.

‘헤어질 결심’ 개봉을 이틀 앞둔 27일 오후 온라인 인터뷰에 나선 박찬욱 감독의 말이다. ‘헤어질 결심’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으면서 모처럼 ‘중고등학생도 볼 수 있는 박찬욱 작품’이 됐다. 2006년 개봉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이후 박 감독이 선보인 ‘박쥐’, ‘스토커’, ‘아가씨’는 모두 예외 없이 청소년 관람불가등급을 받았다. 폭력성과 선전성을 기피하는 관객이 선택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은 작품들이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은 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제 영화치고는 평균적인 반응이 높은 것 같아요. 전에는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거나여서 평균을 내면 좀 초라한 점수일 때가 많았는데 처음으로 고르게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작품이라 감격스럽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의 엇갈리는 사랑 이야기를 우회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표현법으로 이야기한 작품이다. 남편을 죽인 살해범을 찾는 형사 해준과 용의자로 의심받는 서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마치 살인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는 듯한 모양새를 띠지만, 본질적인 재미는 1, 2부라는 시차를 두고 두 인물이 감정을 은근히 드러냈다가 다시 숨기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데 있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박 감독은 정서경 작가의 제안을 듣고 ‘헤어질 결심’ 각본을 완성하기도 전에 탕웨이를 섭외했다고 한다. “’색, 계’를 본 후로 저와 정서경 작가 모두 그와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의 작품이 원작이 있거나 이미 여성 캐릭터를 대략 정해 놓았었기 때문에 외국인 배우를 캐스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헤어질 결심’은 남자 캐릭터인 형사 해준만 어떠한 성격이라는 걸 정해둔 상태였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이 기회’라는 생각이었죠.”

박 감독과 정 작가는 탕웨이를 만나 여러 차례의 대화를 거친 끝에 각본을 완성했다. 박 감독은 탕웨이를 두고 “고집이 좀 강하겠다”고 생각했고, “자기가 ‘이렇게 해야되겠다’ 생각하면 더 쉬운 길이 있어도 가지 않고, ‘나는 이래야 잘할 수 있다’ 싶은 방법을 고수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뜻밖의 장난기가 있어서 장난치기와 농담 던지기를 좋아하는데 그게 먹히면 아주 뿌듯해한다. 그런 면도 각본과 스토리보드에 반영했다”고 작업 과정을 전했다.

박해일을 두고는 “좀 옛날 사람같을 정도로 자상하게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남아 있어서 그런 면을 생각하면서 각본을 썼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헤어질 결심’에서는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바다처럼 압도적인 자연경관이 힘 있는 영상에 일조한다. 특히 서래의 마지막 선택을 보여주는 엔딩 장면에서는 모래사장과 파도의 원리를 이용한 박 감독의 고유하고 독특한 발상이 눈에 띈다.

박 감독은 “죽는다기보다는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다. 30년 전 단편영화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세상에서 소멸되고 소거되는 식의 퇴장을 연구했다. 그게 해준에게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저주라면 저주일 것이고, 희망이라면 희망일 것이다. 그런 상태로 영화를 끝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중요한 건 사랑에 빠지는 덴 결심이 필요하지 않지만, 헤어지는 덴 결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헤어질 결심’이라는 작품을 통해 관객이 “이것저것 상상하고 자기 경험을 반추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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