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세계은행 “DSSI 연장 요청 없어”...신흥국 연쇄 디폴트 우려 가중

입력 2022-06-2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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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대변인·DSSI 담당자 본지 인터뷰
스리랑카 디폴트 이후 라오스·몰디브 등 비상
“연장 유무는 G20 몫, 민간 채권단 참여 부진”
선진국 참여도 기대 이하, 중국에 역할 내줘

▲왼쪽부터 니콜라스 두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 스티븐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이 2019년 4월 12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스리랑카가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가운데 라오스와 파키스탄, 몰디브 등이 새로운 디폴트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만료된 ‘저소득국 채무상환유예(DSSI)’를 연장해 이들의 부채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본지는 주요 20개국(G20)과 함께 DSSI를 승인했던 세계은행(WB)에 DSSI 연장 가능성을 물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채무상환 시한을 미뤄준다는 목적으로 2020년 4월 출범한 DSSI는 애초 6개월간 운영되기로 했지만, WB 개발위원회에서의 논의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까지 연장된 뒤 만료됐다.

우선 데이비드 테이스 WB 대변인은 “DSSI 연장에 대한 모든 결정은 G20이 할 것”이라며 향후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대신 DSSI를 담당하는 WB 개발데이터그룹(DDG)의 키파예 디뎀 바야르 컨설턴트는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WB는 G20이 DSSI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민간 채권단들의 더 넓은 참여를 요청할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민간 참여의 경우 신용등급 재지정 가능성으로 인해 채무자와 채권단 모두 주저했고, 그 결과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DSSI의 민간 참여는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2020년 세네갈이 DSSI에 합류하자 무디스가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하는 등 한시적 제도를 놓고 G20과 신용평가사들 사이에 견해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발행된 채권의 신용이 떨어지고 채무자가 디폴트에 처하면 민간 채권단도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 단위의 적극적인 참여도 부족했다. WB에 따르면 DSSI로 상환이 유예된 부채 129억 달러(약 17조 원) 가운데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파리클럽 비중은 46억 달러에 그쳤다. 파리클럽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국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연맹체지만, 현실은 자국 경제에 집중한 나머지 본래 역할을 중국에 넘겨줬다. 중국은 ‘부채 함정’을 이용해 신흥국 경제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바야르 컨설턴트는 “현재까지 DSSI를 2021년 말 이후로 연장하자는 요청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4월 있었던 WB 개발위원회에서도 채무조정이 안건으로 다뤄졌지만, DSSI 연장은 배제됐다.

DSSI에 참여한 국가들은 몰디브와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 48개국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면서 DSSI도 끝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부채 상환에 더 큰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DSSI 연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최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재정적 여파는 신흥국의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며 “DSSI를 다시 시작해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부채 구조조정 메커니즘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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