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데인 일본...엔화, 24년 만에 달러당 136엔 돌파

입력 2022-06-22 15:15수정 2022-06-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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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장기전 경험했던 일본 엔저 고집
참의원 선거서 ‘엔저’ 화두 될 듯
‘닥터 둠’ 루비니 “달러·엔 환율 140엔 돼야 BOJ 움직일 것”

▲사진출처 신화뉴시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신저점을 기록했다. 전 세계 주요국의 긴축 기조 속에서 ‘나 홀로’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당분간 ‘엔저’를 용인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 넘게 올라 136엔대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엔 환율은 강세를 이어가 136.50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199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달러·엔 환율 상승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이날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신저점을 갈아치운 것은 간밤 뉴욕증시가 급등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웰스파고의 브렌단 맥케나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글로벌 증시 랠리에 따른 안전자산 회피 심리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저를 부추기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일본은행(BOJ)의 ‘나 홀로’ 비둘기 모드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했지만, 일본은행은 지난 1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존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영향으로 미·일간 금리차가 확대됐고, 엔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유가 급등과 무역수지 악화도 엔저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전후로 높게 유지되면서 일본 무역적자가 확대돼 엔화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은행의 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장기간 이어졌던 디플레이션과의 전쟁 악몽이 있어 여론 악화에도 엔저를 고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가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최근 “일본은행이 현행 완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는 중소기업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국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기시다 내각은 저금리 기조를 통해 자국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방침이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엔저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엔화 약세가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자민당을 공격할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대 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물가 상승세를 두고 ‘기시다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하며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엔저 현상이 심상치 않자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최근에 보이는 급격한 엔화 약세를 우려한다”면서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 없이 외환 개입을 하는 것만으로는 엔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달러·엔 환율이 140엔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일본은행이 완화 기조를 고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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