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인생 살아본 사람만 이해”… ‘헤어질 결심’이 말하는 사랑

입력 2022-06-2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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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동대문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결심' 서울 제작보고회에서 박찬욱 감독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21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헤어질 결심’ 언론시사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의 말이다. 이 작품으로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고 돌아온 그는 “상황에 따라, 자기 처지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게 많고 참아야 할 것도 많은 형편에 놓인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은 남편 살해 용의자로 지목받은 중국 여자 서래(탕웨이)와 그를 수사하는 한국의 유부남 형사 해준(박해일) 사이의 멀고도 가까운 로맨스를 다룬다.

1부에서 해준이 조사 대상자인 서래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면모가 잘 드러난다면, 2부에서는 비밀스러운 존재 서래가 해준을 향한 욕망을 독특한 방식으로 드러내 보이는 과정이 묘사된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직설 대신 빙빙 둘러가는 듯한 사랑 이야기에 박 감독은 “젊을 때에는 자기감정을 다 드러내고 표현하면서 살고 또 그렇게 해도 된다. 나이를 든다는 건 다르게 표현하자면 그런 면에서 솔직해지기 어려워진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 작품이 “어떻게 하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게 자기감정을 전달할까, 혹은 참기 힘든 이 감정을 어떻게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감출까를 고민하는 이야기”라고 했다.

서래 역을 연기한 탕웨이는 “한국에서 힘든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는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인물이다.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숨기고 마음으로만 받아들여야 한다. 내 감정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또 “한국어를 하나도 못 해서 모든 대사를 외워서 연기했다. (언어로 하는 표현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표정으로 감정이 더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소리 없는 감정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준 역을 맡은 박해일 역시 “수사극 안에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대하는데 진심을 다 드러내고 얘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가짜 감정을 드러내면서 의심 가는 부분을 파악하고자 한다”면서 “미묘한 감정의 순간순간을 (연기로) 만들어갈 때마다 감독님이 많이 지지해 주셨다”고 당시를 전했다.

▲2일 서울동대문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결심' 서울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탕웨이, 박해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관객은 살인사건의 맥을 짚어 나가는 초반부 수사극과 두 주인공의 절제된 교류를 반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중후반부 미스터리 드라마를 거쳐 마침내 영화를 지배하는 강렬한 정서를 확인하게 된다.

‘헤어질 결심’은 ‘박쥐’, ‘스토커’, ‘아가씨’까지 줄곧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온 박찬욱 감독 작품의 작품 중 모처럼 등장한 15세관람가 작품이기도 하다. 2006년 개봉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12세 관람가를 받은 이후 16년 만이다.

박 감독은 “어른들의 이야기인 만큼,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자극적 요소는 다이얼을 좀 낮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5세 관람가는) 그렇게 생각한 결과물”이라고 했다.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그는 데이비드 린의 1945년 영화 ‘밀회’를 언급하며 “각본을 함께 쓴 정서경 작가에게 참고하라고 권해준 단 한 편의 영화였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성숙한 남녀의 인내하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분명히 연결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은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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