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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바이든 “인플레, 네 탓이야” 이제 그만

입력 2022-06-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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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호 국제경제부장

세계 경제와 시장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였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의 수장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남 탓만 하면서 인플레이션 대처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인플레이션에 대해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바이든에게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바이든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수요와 공급 사이에 커다란 불균형이 나타났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인력난이 계속되면서 공급망 혼란을 악화시켰다. 올해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자원 대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바이든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불가항력적인 이런 요인들에 대해 한탄하고 남을 비난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대책을 제시하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문제는 슬프게도 바이든이 아직도 앵무새처럼 “네 탓이야”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인플레이션 억제가 자신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미국인들에게 거듭 확인시켰지만, 사람들이 연설에서 주목한 것은 끊임없이 핑곗거리를 찾는 바이든의 모습이었다.

그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며 “우리는 식량과 가스에서 푸틴의 세금 같은 것을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푸틴만 원망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을 겨냥하며 “엑손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지만, 그들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물론 바이든의 말이 맞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남 탓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을 잡을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블룸버그가 당시 연설에 붙인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푸틴을 비난한다”라는 기사 제목이 바로 바이든의 문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바이든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도 책임을 넘기는 것처럼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말 파월 의장과의 이례적 회동에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계획은 연준을 존중하고 그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회동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도 인플레이션을 퇴치하기 위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지만, 그 일은 주로 연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의 발언이 원론적으로는 옳지만, 이왕이면 정부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구체적으로 밝히면 사람들이 더 안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은 고용시장의 강한 회복세를 강조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분명 바이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미리 했더라면 지금과는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그가 최근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이유로 삼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렇다. 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겠지만, 이미 러시아가 침공할 것임을 수개월 전부터 미국 정부가 예상하는 상황이었다면 그 뒤를 이을 제재와 그에 따른 에너지 공급난에 대해서도 선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석유 대기업이 돈을 펑펑 벌고 있다고 비난하기보다 이들이 산유량 증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마련했어야 한다. 최근 유가 급등으로 난리가 나기 전에 바이든의 태도는 어땠는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며 석유 기업들을 비난하기에 급급했다.

유럽은 지난겨울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에도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아 난방 대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유럽으로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늘리기보다는 그 전에 미국이 움직였으면 지금보다는 혼란이 덜했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분유와 생리대 등 온갖 생필품 품귀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문제가 단기간에 폭발한 것도 아니다. 공급망 혼란이 올해 시작된 일이 아니지 않은가.

미국과 세계 경제는 이제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인 상태다. 바이든이 20세기 초 대공황 당시 오명을 뒤집어썼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이 아니라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길을 따르기를 바란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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