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글로벌 식품 인플레에 기아 위기 심화

입력 2022-06-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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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가뭄·경제 위기로 물가 상승에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
어린이 100만 명 이상, 심각한 영양실조…2018년의 두 배 달해
현지 식품가격, 3개월 동안 두 배 뛰어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장에서 5월 3일 한 어린이가 걷고 있다. 카불/AP뉴시스
공급망 혼란과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따른 식품 인플레이션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은 전쟁과 가뭄, 경제 쇠퇴로 이미 궁핍한 상태에 놓여 있는데 글로벌 식품 인플레이션까지 강타하면서 기아 위기가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18일 일본 닛케이아시아(닛케이)가 보도했다.

25세의 한 아프간 주부는 닛케이에 “갓 태어난 딸을 먹일 여력이 없다”며 “남편은 일용직으로 한 달에 1000아프가니(약 1만4200원)를 벌고 있는데 요즘 모든 것이 너무 비싸서 다섯 명 아이들을 먹일 방법이 없다. 가슴이 다 말라버려 젖도 나오지 않는다. 누가 살 의향이 있다면 신생아를 팔겠다”고 한탄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약 2280만 명 아프간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프간 전체 인구의 97%가 소득이 줄었는데 여기에 상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사람들의 구매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FAO의 5월 식량가격지수는 2개월 연속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22.8% 높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아프간 어린이 100만 명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2018년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카불 사립학교의 한 여교사는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물가고 오르고 있다”며 “외벌이로는 세 아이가 있는 임대주택에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날에는 공복에 잠을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5인 가족에서 유일하게 일하고 있다.

현지 통신사인 카마프레스에 따르면 아프간 식품 가격은 지난 3개월 동안 약 두 배 폭증했다. 이전에는 약 1400아프가니인 밀가루 한 자루가 이제는 2800아프가니 이상으로 책정됐다. 카불의 한 식료품 매장 주인은 “사람들이 비싸진 식품을 살 돈이 없어서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아프간 관리들은 현재 기아 위기를 서구 탓으로 돌리고 있다. 압둘 라티프 나자리 경제부 차관은 “식품 인플레이션 문제는 서구권이 자산을 동결하고 제재를 가하고 있어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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