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대기업 회장님들의 ‘덕업일치’...그들이 골프공에 빠진 이유는?

입력 2022-06-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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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 회장님들이 요즘 푹 빠진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골프공’입니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골프공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평소 골프 마니아인 회장님들이 자신의 취미를 사업화하고 있는 건데요. 그야말로 ‘덕업일치’를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골프공 제작·홍보에 직접 뛰어든 회장님들

▲14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 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코오롱 골프공 아토맥스 세계최장 비거리 공식기록 WRC(월드 레코드 커미티) 인증식에 이웅열(오른쪽 두번째)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은퇴했던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 14일 ‘골프공’을 들고 등장했습니다. 이 명예회장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건 2018년 11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약 4년만입니다. 자사 골프공 관련 행사를 통해 공개 활동을 재개한 것인데요.

서울 강서구 코오롱 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미국 세계기록위원회(WRC·World Record Committee) 인증식에서 이 명예회장이 직접 소개한 골프공은 ‘아토맥스’입니다. 아토맥스는 코오롱이 자체 개발한 합금 신소재 ‘아토메탈’을 적용해 개발한 골프공인데요. 이날 아토맥스는 WRC로부터 ‘세계 최장 비거리 골프공’이라는 타이틀을 최초로 공식 인증받았습니다.

이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아토맥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아토메탈을 골프공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도 이 명예회장이 직접 낸 것이라고 합니다. 연구진이 탄성이 높은 아토메탈로 무엇을 개발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골프 애호가인 이 명예회장이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을 개발해보자”고 제안했다는 전언입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제이릴라 골프공’을 홍보했다. (출처=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80만 명에 이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최근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를 통해 골프공을 선보였습니다. 노브랜드가 선보인 투피스 골프공은 가성비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24개들이 한 상자가 1만8800원에 불과합니다. 다른 브랜드 골프공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지요. 투피스는 스리피스나 포피스 공에 비해 반발력이 좋아 비거리가 깁니다. 다만 볼 컨트롤과 백스핀 적용이 쉽지 않아 주로 초·중급자용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투피스 골프공은 4월 말 출시 이후 3000여 상자가 판매되며 가성비를 추구하는 젊은 골퍼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또 다른 골프공 출시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정 부회장의 얼굴을 본 따 만든 캐릭터인 '제이릴라(Jrilla)'가 새겨진 ‘제이릴라 골프공’이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11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골프공 사진을 올리며 직접 홍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회장님들이 골프공에 빠진 이유는?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회장님들의 골프공에 대한 관심은 자신의 평소 취미와 연관돼 있는데요. 이 명예회장과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골프광들입니다. 골프에 애정과 관심이 많은 이들이 직접 골프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죠.

이 명예회장의 경우 아마추어 골퍼로서 베스트 스코어 7언더파(65타)의 기록을 갖고 있고, 비거리가 250야드를 넘나드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는 최고수 골퍼라는 후문입니다. 코오롱그룹을 통해 천안의 우정힐스CC와 춘천의 라비에벨CC 등 골프장을 다수 소유하고 있죠.

정 부회장의 골프사랑도 대단합니다. 정 부회장은 개인 SNS에 자신의 라운드 영상을 수시로 올려왔습니다. 자신의 취미와 사업을 연결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정 부회장은 골프공뿐만 아니라 골프 관련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해왔는데요. 신세계푸드는 3월 골퍼들을 위한 간식인 ‘안전빵’을 출시했고, 신세계건설은 프리미엄 골프 아카데미 ‘트리니티 GX’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골프인구 515만 명ㆍ골프공 품귀..."돈 되네"

골프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대기업 회장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인구는 515만 명으로 사상 처음 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중 2030세대 골프 인구는 전년보다 35% 늘어난 115만 명에 달합니다.

골프용품 시장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4월 우리나라의 골프용품 수입액은 7806만 달러(약 1003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정부가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래 월 기준 최고치입니다. 특히 최근 골프공은 ‘없어서 못사는’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4월 골프용품 시장에서 골프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는데요. 이마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일 뿐, 실제 수요는 더 크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골프 시장 규모는 2019년 6조7000억 원에서 2023년 9조2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취미의 사업화로 치부하기에는 그 전망도 좋아 보이는데요. 회장님들의 ‘덕업일치’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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