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미국 노동시장…‘대퇴직’서 ‘해고’로

입력 2022-06-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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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 모기지 비용 커지자 부동산 냉각
레드핀과 콤파스 등 주요 부동산 기업 인력 감축 결정
가상자산 붕괴에 코인베이스 등도 해고 나서
테슬라, 넷플릭스 등 IT업계도 감원 동참

▲미국 시애틀의 한 주택 앞에 레드핀의 판매 공고가 붙어 있다. 시애틀/AP뉴시스
미국 노동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이 직원들의 자발적인 ‘대퇴직’이었다면 이젠 기업들의 ‘해고’로 바뀌고 있다. 가상자산 가격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관련 업계가 인력 해고를 결정한 가운데 부동산과 IT 업계에서도 감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5일(현지시간)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은 직원 서한을 통해 회사 인력 8%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글렌 켈만 레드핀 최고경영자(CEO)는 “중개 수요가 지난달 예상했던 것보다 17% 줄어들었다”며 “지금의 정리해고는 레드핀의 실적 부진 때문이지 (능력 부족에 따른) 직원 해고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콤파스 역시 “경제 성장 둔화의 명백한 신호로 인해 직원의 10%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모기지 비용 상승과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가계 소득 감소 등이 겹쳐 냉각 상태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일주일 전 5.55%에 머물던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전날 10bp(1bp=0.01%포인트) 오른 6.28%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 가계의 재융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70% 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앞서 가상자산 시장에선 이번 주 경기 불안 속 투자자들의 ‘뱅크런’과 대출기업의 인출 중단 등이 맞물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2만1000달러 밑으로 내리는 등 주요 상품들이 요동치자 업계가 인력 감축에 나섰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직원 18%를 해고한다고 발표했고, 블록파이와 제미니트러스트는 약 20%, 크립토닷컴은 약 5%의 인원을 줄이기로 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10년 이상의 호황 이후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 같다”며 “과거 가상자산의 추위로 인해 거래 활동이 크게 줄었는데, 이번 불황은 또 다른 추위로 이어져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T 업계에도 해고의 찬바람이 불고 있다. 페이팔과 테슬라, 넷플릭스 등은 직원을 감원하거나 감원 계획을 발표했고, 메타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우버 등은 고용을 늦추거나 동결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 CEO가 인력 감축을 예고한 지 일주일 만에 싱가포르 지사장을 해고했다. 해고된 크리스토퍼 보시게스 테슬라 싱가포르 지사장은 동남아시아 최초의 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정리해고의 첫 주자가 됐다.

향후 더 많은 회사가 인력 감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감원 추적 사이트 레이오프스는 최소 1만5000개의 기술 관련 일자리가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으로 추산했다. 세쿼이아컨설팅의 마티 레오메 최고인사책임자(CPO)는 “고용과 급여의 상승 곡선은 영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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