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수출용 신차 선적 차질
수출 대신 내수용 신차 생산 전환 검토
출고지연 탓에 공장 직접 출고문의 쇄도
파업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 차질도 문제
지난해 연말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통해 신차를 계약한 유기준 씨(48)는 출고장까지 찾아가 직접 신차를 받기로 했다. 이미 타던 차를 처분한 데다, 더는 신차를 기다리는 게 지쳤기 때문이다.
탁송으로 신차를 받는 게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한결 유리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마저도 수도권 출고센터에는 해당 차량이 없어 경북 칠곡에 자리한 출고센터 재고분을 어렵사리 배정받았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신차 출고를 목전에 둔 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직접 출고방법을 문의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탓에 언제 차를 탁송 받을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 제조사는 생산공장에서 차를 만들면 전국 주요 출고센터로 차들을 옮긴다. 현대차의 경우 수도권에 시흥과 안산, 남양, 인천 출고센터 등을 두고 있다. 1차적으로 출고센터로 차를 옮긴 이후 이곳에서 고객이 직접 차를 받거나 계약 영업소, 또는 자택까지 신차를 탁송한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이 2주째 이어지면서 출고 직전의 신차배송이 사실상 중단됐다. 수출용 신차는 선적길이 막혀 야적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기아는 수출차의 선적이 막히자 광명 인근의 대규모 주차장을 빌려 차들을 세워놓았다. 현대차 울산공장도 재고 증가 탓에 지난주 가동률이 50% 수준으로 하락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계는 생산계획 수정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수출형 대신 상대적으로 출고가 가능한 내수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생산 계획 자체가 최소 보름 단위로 결정되는 만큼, 당장 수출형 대신 내수형 모델을 생산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정이 많다.
무엇보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출고보다 주요 부품을 공장까지 가져오는 데 차질이 불가피해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2~4주 단위로 생산 계획을 짜는데 당장 이 계획을 수정해서 내수형 생산을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검토 단계로 보면 된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 수출형이든 내수형이든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