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국이 고민하는 벨라루스 곡물 수출길, 우크라가 반대하는 이유는

입력 2022-06-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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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멜리안 전 우크라 인프라 장관 본지 서면 인터뷰
러시아가 흑해 막자 벨라루스 옵션 급부상
유엔과 미국 검토 중이지만, 우크라 극구 반대

▲볼로디미르 오멜리안 전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이 2017년 10월 25일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흑해를 봉쇄하면서 글로벌 식량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흑해 봉쇄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한 친러 벨라루스가 돌연 자국 육로를 통한 수출을 제안했다.

현재 흑해 대안으로 주목받는 경로는 발트해인데, 이를 위해선 벨라루스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유엔이 관련 논의에 들어갔고, 이주 초엔 미국이 벨라루스 육로를 활용하는 것과 그 대가로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려할 준비가 안 됐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12일 볼로디미르 오멜리안 전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에게 구체적인 이유를 물었다.

“제재 완화 위해 푸틴이 벨라루스 이용하는 것”

오멜리안 전 장관은 현 상황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을 시험하기 위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양국의 기근 위협 △서방의 제재 해제 △곡물 수출 재개 △공격 확대라는 시나리오를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를 해제하면 곡물 수출이 허용되고 모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함락되고 러시아나 중국은 다른 나라를 침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역시 이달 같은 이유로 벨라루스 제안을 “악마와의 거래”라며 “벨라루스가 서방의 제재와 국제적인 고립에서 해방될 수 있는 완벽한 탈출구를 발견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탈린 때도 고의적 기근 일으켜 1000만 사망”

우크라이나가 벨라루스를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역사적 측면이 있다. 오멜리안 전 장관은 “러시아는 과거에도 고의적 기근을 조작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소련 시절 레닌과 스탈린은 우크라이나 마을에서 식량을 빼앗고 러시아군을 통해 많은 지역을 봉쇄함으로써 10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을 굶겨 죽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이 훔친 수확물은 수출됐고, 스탈린은 그 돈으로 서방을 물리치고 세계 공산 혁명을 목표로 소련을 산업화하고 군사화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사례는 1930년대 초반 발생한 우크라이나 대기근(홀로도모르)을 지칭한다. 우크라이나 노동자들을 억압하기 위해 고의로 식량 공급을 막았다는 우크라이나 주장과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라는 러시아 주장이 엇갈린다.

오멜리안 전 장관은 “지금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지고 있고, 이에 항구를 봉쇄하고 곡물을 훔치면서 전 세계를 굶주림으로 위협하려 한다”며 “전 세계는 석유나 가스 문제와 마찬가지로 농산물 문제에 직면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 유일한 진짜 문제는 러시아 본인들이다. 이들은 중국과 함께 세계를 지배하고 생존을 결정하는 유일한 존재가 되길 원한다”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승리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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