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가는 빅테크 10년 패권…“닷컴버블보다 큰 손실 대비”

입력 2022-06-09 14:35수정 2022-06-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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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IT섹터지수 올해 20% 하락, 20년 만 최악
S&P500지수와 격차도 18년 만에 최대
기술주 중심 펀드서도 대규모 자금 유출
투자자들, 가치주 초점 맞추고 있어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일 트레이더들이 대화하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빅테크의 ‘미국증시 10년 지배’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악몽을 겪은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손실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 산하 IT섹터지수는 올해 들어 약 20% 하락했다. 하락 폭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악으로 기록됐다. 상위 지수인 S&P500지수는 14% 하락했는데, 두 지수 격차는 18년 만에 최대다. 주가 하락 여파로 올해 들어 4월까지 기술주 중심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76억 달러(약 9조5334억 원)가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몇 년간 빅테크는 주식시장의 상승 동력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소프트웨어, 소셜미디어에 이르기까지 IT 부문에 새로운 트렌드가 출현할 때마다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까지 적극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친 것도 빅테크에 대한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에 옵션거래와 특수목적인수회사(스팩) 합병, 가상자산 거래 등이 지난 2년간의 흥행을 뒤로하고 유턴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투자자들은 10년의 빅테크 시대가 끝나간다고 평가하고 있다. AJO비스타의 크리스 코빙턴 투자총괄은 “이건 실제로 시장 체제가 변한 것”이라며 “빅테크 부문이 지난 5년간 얻었던 엄청난 성과를 앞으로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의 혼란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를 연상시킨다고 WSJ는 강조했다. 당시 저금리와 기술혁신에 인터넷 관련주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이후 기업들의 연이은 파산으로 대규모 손실을 봤다.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부터 10월 사이 80% 가까이 폭락했다.

올해도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이 지난달 말 하루 동안 43% 폭락하고 어펌과 코인베이스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상황은 만만치 않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도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빅테크에 대한 추가 하락 압박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WSJ는 “기술주 베팅과 시장의 혼란은 많은 투자자에게 2000년 닷컴버블을 떠올리게 한다”며 “닷컴버블에 시달렸던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의 더 큰 손실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가치주 벤치마크인 S&P500밸류지수는 테슬라와 엔비디아, 메타(구 페이스북) 등이 포함된 S&P500성장지수를 크게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두 지수의 격차는 약 17%포인트로 2000년 이후 최대다.

빅테크 붕괴는 신생기업의 스팩 합병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유명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이 소유한 스팩 퍼싱스퀘어톤타인홀딩스는 지난해 스팩 상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인수할 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피치북의 캐머런 스탠필 애널리스트는 “성장기업과 벤처 지원 사업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5~6개월 전 매겨진 스팩과 합병 대상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모든 게 재설정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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