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거래 금융사 보고건수↑, 법집행기관 제공률은↓...실효성 제고해야"

입력 2022-06-08 15:38수정 2022-06-0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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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은 기자 gogumee@)

금융회사에서 의심거래로 탐지된 거래에 대해 조사 활동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및 금융범죄에 활용되는 만큼,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이에 대한 패턴을 파악하고 가상자산 출고를 보류하거나 거절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나왔다.

강민욱 SC은행 자금세탁방지부 팀장은 8일 국회의원회관 제1 소회의실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가 주최한 '금융범죄 및 자금세탁 범죄의 선제적 대응과 투자자 보호' 세미나를 통해 2012년부터 의심거래보고(Suspicious Transaction ReportㆍSTR) 건수는 늘었지만, 법집행기관 제공률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2012년 기준 29만241건이던 STR 건수가 2020년 73만2536건으로 약 2.5배 늘었지만, 법집행기관 제공률은 7.6%에서 5.2%로 되레 줄었다.

강 팀장은 '금융범죄와 자금세탁방지(AML) 금융기관에 AML 효과성 제고 방안 탐색' 발표를 통해 STR 건수와 법집행제공률이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Anti Money Laundering, AML) 관련 의심거래를 수집하고 분석해 불법거래, AML행위, 테러자금조달행위와 관련된다고 판단한 금융거래 자료를 법집행기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금융위, 중앙선관위 등)으로 제공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STR 건수는 2018년 97만2320건, 2019년 92만6947건, 2020년 73만2536건이지만 법집행기관 제공 건수는 2018년 3만3392건(3.4%), 2019년 2만9423건(3.2%), 2020년 3만7768건(5.2%)으로 나타났다. 제공률은 2012년(7.6%) 대비 절반 수준이다.

강 팀장은 "STR 제도 정착과는 별개로 금융기관의 STR 조사에 대한 노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융범죄 자금세탁의 경우 기업형 범죄, 확산자금 등에 연루된 비중이 높아 위험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민강 딜로이트 이사 또한 "미국과 영국의 금융시장 규모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STR 보고 건수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보고 건수보다 각 보고건의 품질을 높여 법집행기관의 제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민관 정보 공유 협의체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민관 협의체가 FIU를 통한 정보제공보다 빠르고, 금융범죄 탐지와 대처를 위한 양질의 정보를 주고받는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 정보를 민관이 공유할 수 있는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AML이나 범죄에 가상자산이 활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 또한 공유됐다. 이원경 스트리미(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전무는 '디지털자산 범죄와 AML' 발표를 통해 일부 사례와 대안을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통해 마약류를 구매하고 판매자는 이를 개인지갑으로 전송받은 후 현금화한다. 혹은 체납자가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기 위해 가상자산을 매수한 후 개인지갑으로 이전, 재산을 은닉하기도 했다.

특히 가상자산 관련 범죄 중 사기 및 마약류 거래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가 2017년 1월 1일부터 2022년 4월 11일까지 형사판결문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가상자산, 가상통화, 암호화폐, 코인' 등의 검색어를 넣어 판결문을 검색한 결과다. △사기(1352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937건) △전자금융거래법위반(181건, 사기 제외) △횡령 및 배임(135건, 사기 제외) △음란물 관련(126건, 사기 제외)의 유형으로 나타났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자산 범죄는 디지털자산을 직접 활용하는 이용범죄와 거래소나 개인지갑을 공격하는 침해범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라며 "AML은 디지털자산을 이용하는 이용범죄로 보면 되는데 침해범죄보다 이용범죄가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와 금액 모두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0년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450건에 피해 금액이 약 58억 원에 달했으나, 2021년 1분기 기준 44건에 약 5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고팍스는 거래 모니터링 과정에서 마약 구매를 위한 판매자에게 가상자산을 지급하려는 거래를 탐지했고, 관련 거래에 대한 통계 분석을 통해 패턴을 도출해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라며 "가상자산 사업자가 의지만 있다면 관련 범죄에 대한 통계 분석을 통해 특징을 파악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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