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국내 증시…‘엔저’에 다시 박스권 갇힐라

입력 2022-06-08 14:32수정 2022-06-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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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경합도 큰 국내 석유ㆍ철강ㆍ자동차 등 피해 우려
韓 기업 경쟁력 향상 엔화 영향력 줄어…日서 돈 빌려 韓 증시 투자 가능성도
토요타 등 수출주 주목해야…규제 완화 리오프닝주도 투자처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엔저 현상이 국내 증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 변할 때 평균적으로 같은 날짜의 원·달러 환율은 0.62%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국내 기업들의 이익 둔화로 이어져 국내 주식시장의 위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일본 업체들과의 경합도가 과거보다 완화돼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외국인이 엔화 약세와 저금리의 일본 통화를 차입해 고금리 기조에 놓인 우리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확산할 수도 있다.

엔화 장기화시 국내 증시 박스권 다시 갇힐 수도

엔화 가치 하락은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둔화, 이익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2010년대 초중반 엔·달러 환율이 80엔에서 120엔대까지 빠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선 한국 수출 기업들은 고전했던 경험이 있다.

하반기까지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업종별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와 수출 경합도가 높은 석유화학, 철강, 기계, 자동차, IT부품 등의 업종이 거론된다. 이들 업종은 2020년 기준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수준이거나 추가로 확대된 산업이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투자집행이 지연되는 점 역시 철강, 기계 등 업종의 피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국내 기업의 이익 감소는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공격적인 부양책을 단행해 엔·달러 환율이 40%나 급등했던 2013~2015년 기간을 살펴보면, 코스피는 장기 박스권에 갇혔던 반면 일본 증시는 80% 넘게 폭등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화 환율의 급격한 약세는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국내 주요 산업들의 수출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출처=미래에셋증권)

과거와 달라…엔저 영향 제한적

전문가들은 과거보다 한국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향상되고 입지가 강화하면서 엔저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전략적 인수·합병(M&A), 해외투자 활성화 등으로 달러화 수급 관리를 강화해 엔화 영향력을 줄였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전방 수요가 양호한 석유, 자동차 업종은 피해가 제한될 수 있다”라며 “석유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고, 자동차는 점진적인 공급망 차질 완화로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코스피 주가와 엔·달러 환율 간의 상관관계는 -0.69로 엔화 환율의 가치가 약세일 때 코스피 주가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4년부터 현재까지의 상관관계는 -0.07로 크게 떨어진다.

엔화 약세 기조와 금리 격차로 ‘엔 캐리 트레이드’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외국인 자금 유입 변화가 감지된다. 외국인은 엔화가 추락하기 시작한 5월 말 이후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5000억 원가량 순매수하고 있다. 두 달 간 유가증권시장서 10조 원어치 팔아치운 것과 대조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국가의 통화를 차입해 고금리 국가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일본 엔화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적인 대상이고 주식 시장 수급 여건에 긍정적일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출처=미래에셋증권)

엔저 시대, 투자처는…수출주ㆍ리오프닝주 주목

전문가들은 엔저 약세 기조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수출주가 대표적이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달러·엔 환율이 120엔을 넘어서며 토요타, 닌텐도, 혼다자동차 등을 포함한 대표적인 수출주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기업과 함께 주목할 수 있는 업체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업체”라며 “엔화 약세 및 규제 완화에 따른 인바운드 소비 회복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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