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신흥국 위기 ‘태풍의 눈’으로 떠올라

입력 2022-06-0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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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국가부도 후 주변국 확산 조짐
외환보유고 축소·글로벌 인플레·심각한 부채 ‘삼중고’
파키스탄·몰디브, ‘제2의 스리랑카’ 경고등
인도 경제 불안도 고조

▲사진은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4일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콜롬보/EPA연합뉴스
남아시아가 신흥국 경제 위기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스리랑카가 국가 부도를 내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가운데 절망적인 상황이 주변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7일 몰디브와 네팔,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 상당수가 줄어드는 외환보유고와 치솟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스리랑카와 비슷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과 외화 부족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현상이지만, 그중에서도 남아시아는 취약한 그룹에 속한다. 이들은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막대한 외채를 빌렸다. 특히 지난 수년간 중국이 제공하는 저금리의 장기 차관에 의존했다. 스리랑카의 경우 부채의 10%를 중국에 지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경우 그 비중이 27.4%나 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가들에 심각한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남아시아 순수입국들이 타격을 받았고 상황은 급변했다.

게다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남아시아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스웨덴계 펀드인 툰드라폰더의 마티아스 마틴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물가상승률과 금리가 모두 오르면서 남아시아 각국 통화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향후 몇 개월은 남아시아 시장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남아시아 핵심이자 세계 6위 경제국인 인도까지 휘청거리면서 이 지역의 경제 불안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인도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았고 외환보유고는 5월 중순까지 9주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제 파키스탄과 몰디브가 제2의 스리랑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몰디브의 경우 재무 당국이 직접 나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없다”고 밝혔지만, JP모건체이스는 2023년 말까지 디폴트 위험이 있는 국가 명단에 몰디브를 추가했다.

당장 몰디브는 이번 주 2억5000만 달러(약 3144억 원) 상당의 채권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세계은행(WB)의 파리스 하다드-제르보스 국장은 “몰디브는 관광 의존 심화와 제한된 수익 다변화로 인해 거시경제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5월 기준금리를 무려 150bp(1bp=0.01%포인트) 인상한 13.75%까지 높이면서 같은 달 13.8%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려 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파키스탄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가을 240억 달러에서 4월 말 164억 달러로 급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외채무 비율은 연초 35%에 육박했다.

콘티늄이코노믹스의 마이크 갤러거 리서치총괄은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은 GDP 대비 높은 대외부채와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5~3.0%까지 올리려는 상황에서 이들 중앙은행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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