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채권 상환 ‘꼼수’ 부리는 러시아

입력 2022-06-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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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채권단, 러시아 은행에 루블 계좌 개설"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환전소 앞을 2월 28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언론 베도모스티와 인터뷰에서 “해외의 달러 표시 채권 투자자에 대금을 루블로 계속 지불할 것”이라며 “유로채권 투자자들은 대금을 지불 받기 위해 러시아 은행에 루블과 경화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 비용을 루블로 지불할 때와 마찬가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4월부터 비우호국에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가스 대금을 달러 혹은 유로로 지급하도록 한 계약 규칙 위반을 의식해 러시아 은행 가스프롬에 계좌 개설을 허용했다. 서방 에너지 기업이 달러·유로로 개설한 계좌에 대금을 보내면 가스프롬이 이를 루블로 환전해 러시아 업체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하고자 한 것이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의 이날 발언은 해외 채권단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러시아 정부가 국가예탁결제원(NSD)을 통해 투자자의 루블 계좌에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NSD는 러시아의 다른 주요 금융기관과 달리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다. 다만 EU는 3일 NSD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러시아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처음으로 디폴트 가능성에 처한 상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5일 러시아가 달러 표시 채권 대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열어둔 면책특권 조치를 종료시켰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중앙은행, 재무부, 국부펀드 등을 제재하면서도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 이체를 허용했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해외 채권단에 달러로 대금을 지급, 디폴트를 피해왔다.

제재 면제 수단이 제거된 상황에서 러시아가 해외 채권단의 루블 계좌 개설이라는 꼼수를 검토 중인 것이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블루베이자산관리 신흥시장 국채 전략가인 티모시 애쉬는 “해외 투자자들이 러시아의 계좌 개설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백 만 달러 때문에 이미지가 훼손되고 위험에 빠지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루블 지불은 미 재무부에 의해 차단될 수 있어 해외 채권단이 이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애쉬는 현재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러시아 금융기관이 보유 중인 자금이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송금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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