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에너지 위기가 1970년대보다 더 치명적인 이유

입력 2022-06-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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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석유, 가스, 전력 위기 가중”
“과거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것”
국제에너지포럼 회장 “투자 부족‧수요 증가‧공급 급감 겹친 퍼펙트스톰”

▲5월 12일(현지시간)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안나 모스콰 폴란드 기후 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어진 에너지 위기가 1970년대 및 1980년대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는 석유만 위기였지만 지금은 석유, 가스, 전력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주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석유, 가스, 전력 위기가 겹쳐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석유위기보다 더 클 뿐 아니라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견뎌왔지만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나서면서 유가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롤 사무총장은 유럽에서 나타날 수 있는 휘발유, 디젤 공급 병목현상에 대해 특히 강조하기도 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도 금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제재로 에너지 공급이 줄면 유럽에서는 배급제를 포함한 어려운 대안들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특히 수년간 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가 위축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탓에 에너지 위기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맥모니글 국제에너지포럼(IEF) 회장은 “투자 부족, 수요 증가, 공급 급감 등 모든 문제가 겹쳐진 퍼펙트스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IEF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가스 분야의 투자액은 3410억 달러(422조7718억 원)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5250억 달러보다 23%나 적고, 근래 최고치였던 2014년의 7000억 달러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청정에너지로의 변환, 화석연료의 불확실한 미래 또 변동성이 큰 유가 덕에 투자가 줄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맥모니글 회장은 “에너지 퍼펙트스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의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인플레이션을 심화하고, 사회 불안을 자극할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노력 또한 어려워지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부시 전 행정부에서 에너지 최고 고문을 지낸 로버트 맥널리는 "세계가 한심할 정도로 준비가 안 된 위기"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력망은 치솟는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극심한 기후문제로도 위협받고 있다. 맥널리는 “급격한 온도 변화와 극심한 가뭄 등으로 전력망 유지에 대한 신뢰성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력망 규제 당국도 지난달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올 여름 전력 부족과 정전을 겪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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