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렌즈] 논란 속 출범 ‘테라 2.0’…앞길은 구만리

입력 2022-05-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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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했던 루나 코인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가 ‘테라2.0’이란 이름으로 다시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외 안팎의 시선은 따갑다. 이미 검찰이 테라 프로젝트를 추진한 테라폼랩스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고, 해외에서도 많은 코인 유명인사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루나와 테라USD(UST)에 거액을 투자한 이들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테라 홈페이지

‘99.999% 폭락’ 루나, 새 코인으로

테라 프로젝트의 루나 코인은 단 몇 일만에 99.999% 폭락하며,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암울한 역사를 썼다. 어쩌면 2012년 비트코인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일본 코인거래소 마운트곡스(Mt.Gox) 해킹 사건보다 더 큰 파장이다.

테라는 실패했지만, 프로젝트 창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다수의 투자자에게 ‘테라2.0’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투표를 제안했다.

이 투표는 이달 18일부터 테라 투표 사이트인 테라 스테이션에서 진행돼 25일 오후 전체 투표율 83.27% 중 찬성 65.50%를 기록한 가운데 종료됐다. 기권은 20.98%, 반대는 0.33%였으며 거부권 행사는 13.20%로 각각 나타났다.

루나의 가격이 폭락하기 전인 7일 오후 11시 59분 37초를 기준으로 루나를 보유하고 있던 업비트 투자자들은 새로운 루나 코인을 에어드롭(분배) 받게 된다. 기존 코인은 루나클래식(LUNC)이 된다. 2016년 이더리움(ETH)이 이더리움클래식(ETC)과 분리된 것을 참고했다. 폭락 이후 일정 시점에 코인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에게도 일부 분배하기로 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야후파이낸스 유튜브 영상 캡처/연합뉴스)

신뢰도 생태계도 무너졌다

‘무(無)신뢰’는 블록체인의 정신으로 통한다. 기본 설계의 바탕은 참여자들이 아무도 믿을 수 없고, 신뢰라는 것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비트코인의 채굴이나 이더리움의 지분증명(POS) 전환은 참여자들이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테라의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했던 게 신뢰였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 논리에 산산 조각났다. 애초에 신뢰라는 말은 블록체인에 없어야 했다.

코인시장에서 테라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다. 빌 마커스 도지코인(DOGE) 공동 창업자는 트위터를 통해 “테라 2.0 출시가 암호화폐 도박꾼이 얼마나 멍청한지 보여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프로농구팀 댈러스 매브릭스의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큐반은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테라2.0에 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루노 가상자산거래소의 국제 책임자인 비제이 아이야르는 “테라 프로젝트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며 “테라2.0이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테라 플랫폼에서 사업을 하던 프로젝트들은 하나둘씩 새 보금자리를 찾는 중이다. 50~60개 테라 프로젝트가 폴리곤으로의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테라 관련 서비스를 모두 종료할 예정인 스테이킹 서비스 코러스원도 테라2.0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뜻을 밝혔다.

▲빗썸 고객지원센터에서 관계자가 시세를 확인하는 모습.(뉴시스)

부정 여론에 국내 거래소 상장은 힘들 듯

국내에선 단순 비판을 넘어 검찰 수사까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가상화폐 루나·UST 발행사인 권도형 대표에게 사기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또 탈세 혐의 추가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 중인 코인’이란 낙인이 찍히면서 새로운 코인이 나온다 해도 국내 코인거래소에 상장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정치권의 비판은 더 부담이다. 빗썸과 업비트만 루나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던 시점에 코빗과 코인원에도 상장 폐지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오세진 코빗 대표와 강명구 코인원 부대표에게 “테라폼랩스에 대한 수사까지 착수한 상황인데, 거래 중지 등 아무런 조치를 안하고 있다”며 “코빗에서도 루나 거래량이 270억 원에 달하고, 수수료만 수십억”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고팍스와 업비트, 빗썸에 이어 코빗과 코인원까지 국내 주요 5대 거래소 모두가 루나의 거래 중단을 발표했다. 코인거래소 입장에선 새로운 루나 코인 상장으로 자칫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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