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총기 참사 비극은 왜 반복되나

입력 2022-05-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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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기 사고로 사망한 17세 이하
팬데믹 시기 코로나 사망자보다 많아
미 정부, 관련 국장 임명조차 못해
상원, 법안 통과 난망
연방법원, 있는 법도 폐기시켜

▲한 남성이 미국 텍사스주 소도시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격 난사 사건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있다. 유밸디/AP연합뉴스
미국에서 총기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범인과 피해자의 연령대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를 다뤄야 할 미 정부, 의회, 법원은 모두 무기력하다. 총체적 난국 속에 미국의 총기 참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17세 이하 어린이의 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수보다 많았다.

미국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 분석 결과 지난해 17세 이하 어린이 중 1560명이 총기 사고로 사망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로나19로 사망한 17세 이하 어린이는 1070명이었다.

총기 참사가 악화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총기 소유 논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기를 줄여야 관련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인이 더 많은 총기를 소유해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논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사이 분명한 것은 애꿎은 희생자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당국은 무기력하고 관련 법은 후퇴하고 있다.

▲미국 휴스턴에서 2018년 3월 열린 총기 규제 및 학교 안전을 위한 시위에 한 학생이 보호해달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휴스턴/AP연합뉴스
우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 국장 임명조차 하지 못했다. 후보자 인준 청문회가 이날 열리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 ATF 국장 지명자 인준을 촉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온라인에서 부품을 따로따로 구입해 조립하는 총인 이른바 ‘고스트건’ 단속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권한이 부족하다. 총기 소유 옹호 단체는 민간인의 기관총 소유를 금지한 기존 법률 관련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2012년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미 상원은 가족 간 구매를 제외하고 모든 총기 구매 시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에 초당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소수파 반대로 법안 통과가 물거품이 됐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사람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것 외에 총기 법안 추진을 위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상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신원조회 확대 방안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러나 찬성 60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법안 통과는 미지수다.

다른 입법 노력도 있지만 현실화까지 갈 길이 멀다. 지난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재학 중인 학생이 교사와 학생 17명을 총기로 살해했다. 뉴욕주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2019년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징후를 보이는 사람이 총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극단적위험보호명령법, 소위 ‘적기법(Red Flag Law)’을 도입해 시행했다.

하지만 적기법은 이달 버팔로의 식료품점에서 흑인을 겨냥해 총기를 난사한 범인을 잡아내지 못했다. 인디애나주의 적기법 역시 작년 페덱스 시설에서 8명을 살해한 총격범을 식별하지 못했다.

총기 규제 옹호 단체인 에브리타운은 “사전 경고 표시에도 총격범이 소유 제한을 피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텍사스주는 총기 참사가 늘고 있는 데도 한술 더떠 사람들이 허가나 훈련 없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했다.

연방법원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달 초 연방법원은 21세 미만 모든 사람에게 반자동 총기 판매를 금지한 캘리포니아법을 폐기했다. 법원이 총기 소유를 생명과 자유, 행복 추구 보장과 동일시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총기 옹호 단체의 로비, 여론에 휘둘리는 정치, 현실을 외면한 법, 권한이 부족한 정부가 얽혀 미국의 총기 참사 비극을 막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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