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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칸에선] ‘오징어 게임’ 이정재 인기 폭발…‘헌트’는 글쎄

입력 2022-05-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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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각) 자정 '헌트' 상영 직전 뤼미에르 극장에 등장한 이정재. (송석주 기자 ssp@)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9일(현지시각) 자정 이정재의 첫 연출작인 ‘헌트’가 칸영화제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상영 직전 뤼미에르 극장 앞에 마련된 레드카펫에 이정재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힘입은 이정재의 인기는 대단했다. 해외 영화팬들은 ‘오징어 게임’ 포스터를 들고 이정재에게 사인과 악수를 요청하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이정재와 함께 영화의 주연을 맡은 정우성 및 ‘헌트’의 제작진이 뤼미에르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예우했다.

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마련한 한국영화 홍보관을 찾은 해외 영화 관계자들은 이정재의 ‘헌트’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KOFIC 관계자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 관해 질문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헌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뜨거웠다”며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흥행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일 벗은 ‘헌트’ 어땠나?

‘헌트’는 조직 내부에 잠입한 간첩을 찾아내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는 영화다. 그렇다고 두 인물의 심리전에만 천착하는 건조하고 조용한 영화는 아니다. ‘헌트’는 장르적으로 첩보와 액션영화에 가깝다. 총격 장면과 건물 폭파 장면, 추격 장면 등은 공들여 찍은 흔적이 엿보인다.

장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헌트’는 북한과 간첩을 소재로 한 강제규의 ‘쉬리’(1998)와 윤종빈의 ‘공작’(2018) 등과 궤를 같이한다. 1980년대 엄혹한 군부 독재 정권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역사영화이자 북한과의 관계를 다룬 분단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징도 보인다.

하지만 1980년대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해외 관객들이 보기에는 영화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까 한국적인 맥락을 보편적인 맥락으로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했다는 데 ‘헌트’의 한계점이 있다.

▲스크린 데일리 4일차 표지를 장식한 영화 '헌트'. (송석주 기자 ssp@)

또 ‘주인공이 왜 저렇게 행동하지?’에 관한 설명도 부족하다. 관객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연기한 박평호와 김정도는 안기부 요원, 즉 독재자의 하수인들이다. 한편으로 그들은 독재정권을 규탄하며 타도하고 싶은 인간들이기도 하다. 이렇게 극단의 딜레마에 빠진 캐릭터를 묘사할 땐, 그 캐릭터의 역사와 행위에 대한 배경을 깊게 다뤄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가볍게 언급만 하고 지나간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그때 그사람들’(2004)과 ‘남산의 부장들’(2019)에 나오는 김재규 캐릭터와 비슷한 선상에 놓일 수 있다. 그러나 두 영화에서 묘사된 김재규 캐릭터와는 달리 ‘헌트’는 박평호와 김정도의 액션에 관한 당위성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지 못한다. 조연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다. 캐릭터들의 뜬금없는 행동은 서사를 허술하게 만든다.

끝으로 ‘헌트’에는 박성웅, 이성민, 정만식, 주지훈, 조우진, 황정민 등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능력이나 위상에 비해 소모적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그들은 갑자기 등장하며 어이없이 퇴장한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잔인한 고문 장면도 불필요해 보인다.

‘헌트’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이정재의 첫 감독 연출작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작품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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