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따라 부른 그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엔 광주 영혼 서렸다

입력 2022-05-1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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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 뜨거운 맹세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따라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첫 소절이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지목되는 이 노래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혹독한 탄압 끝에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고 애도하기 위해 1982년 세상에 나왔다. 소설가 황석영이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쓴 시 ‘묏비나리’를 개사해 가사를 붙였고, 현 세종시문화재단 김종률 대표가 곡을 썼다.

▲(광주=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2022.5.18 (연합뉴스)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애틋한 사연이 녹아 있다. 고 윤상원 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도청 민원실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에 맞아 유명을 달리했는데, 유가족은 그와 함께 광주 들불야학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전남대 학생 고 박기순 씨의 유가족과 뜻을 모아 두 사람을 영혼결혼식으로 맺어줬다. 이후 두 사람을 기리는 30여 분의 음악극 ‘넋풀이’가 제작되면서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추도곡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쓰였다.

1991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3집에 실리면서 널리 알려졌고, 2000년대 이후에도 한대수, 안치환, 이은미 등 가수가 새롭게 부르면서 매년 5월이면 회자되는 상징성 있는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들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1998년 취임 첫해를 맞은 김대중 대통령 때 처음으로 제창됐고, 2003년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매년 자리에 참석해 악보 없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부침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 다 같이 부르는 제창 대신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는 합창 형식으로 바뀌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를 따랐다.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이같은 변화에 대항하듯 2014년 행사에 참석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다시 제창 형식으로 바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모습으로 지난 혼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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