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시아 가스대금 지불 놓고 ‘갈팡지팡’

입력 2022-05-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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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 지침 모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기업 계좌 두 개 개설

▲폴란드-리투아니아 가스 운송시설이 보인다. 리투아니아/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 대금 지불 방식을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EC)가 대러 가스 대금 지불 방식 지침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밝힌 사이, 유럽 일부 기업들이 러시아의 요구에 맞춰 루블로 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EC는 이날 기업들이 지불한 대금이 루블로 전환되도록 가스프롬방크에 계좌를 개설하는 것은 유럽 제재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에리크 마메르 EC 수석 대변인은 “가스프롬방크에 계약서 상의 통화 이외 계좌를 개설, 지불하고 결제를 완료했다고 하는 것은 제재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불과 나흘 전 내놓은 지침과 모순된다. 당시 EC는 “유로와 달러로 결제하는 한, 그리고 이를 분명히 밝히면 제재 위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C는 지난달에도 새 지불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었다. 일단 계약서에 명시된 통화로 지불하기만 하면 제재 위반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는 4월 비우호국에 가스대금을 루블로 지불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면서 가스프롬방크에 두 개의 계좌(유로와 루블화용) 개설을 허용했다.

EC가 지침을 내놓은 이후 유럽의 에너지 수입업체들은 대금 지불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업체 에니(Eni)는 이날 가스프롬방크에 두 개의 계좌를 개설하는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유로로 입금을 하면 러시아증권거래소 대리인이 이를 48시간 내 루블로 환전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은 새 절차가 현존하는 제재와 양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에너지 기업 RWE도 러시아 가스 대금 지불을 위한 새 계좌를 열었다며 어느 은행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회사 대변인은 “유로로 지불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럽과 독일의 규정에 부합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Engie) 역시 가스프롬과 타협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캐서린 맥그리거 최고경영자(CEO)는 “계약서에 명시된 통화로 지불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며 “가스프롬도 수용가능하고 유럽 제재에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핀란드의 국영 가스회사 가숨은 “가스프롬의 지불 조건을 수용하지 않겠다”며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루블로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말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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