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총 쏴 죽인 가해자 부모와 만났다… 화해, 용서, 치유 가능할까 ‘매스’

입력 2022-05-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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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스틸컷. 피해자 부모(왼쪽)와 가해자 부모(오른쪽)이 마주 앉았다. (오드(AUD))

중년의 두 부부가 마주 앉았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망설이며 한숨만 쉬는 이들은 부모로서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관계로 얽혀 이 자리에 모였다. 한쪽은 총기사건으로 학교 친구를 죽인 가해자의 부모(리드 버니, 앤 다우드)고, 다른 쪽은 그로 인해 아들을 잃은 부모(제이슨 아이삭스, 마샤 플림튼)다.

피해자의 부모는 “싸우러 온 것도, 추궁하러 온 것도 아니다”라고 다짐하지만,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만큼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가해자가 법정에 서는 동안 언론은 “수줍음 많고 동물을 좋아한 아이” 같은 피상적인 정보만을 쏟아냈을 뿐이다. 피해자 부모는 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상대 부모로부터 충분한 해명을 듣고 싶다.

‘매스’는 마치 원룸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가 1시간 넘게 고통스러운 대화의 핑퐁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단 한 컷의 회상 장면도 없다. 관객은 네 명의 주연배우 입을 거쳐 나오는 생생한 대사로만 지난날의 사건을 상상해야 한다. 베테랑 배우들은 하루에 A4용지 12페이지 분량의 어마어마한 대사량을 소화했는데,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출품 당시 프란 크랜즈 감독은 “관객의 집중력을 믿었고, 팬데믹으로 고립이 길어졌기에 물리적으로 연결된 이들의 이야기가 힘이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매스' 스틸컷 (오드(AUD))

프란 크랜츠 감독은 2018년 플로리다주에서 17명의 사망자를 낸 파크랜드 고교 총기사건 당시 부모들의 모습을 보고 영화를 만들었다. 당시 감독 자신도 16개월 된 딸을 둔 아빠였다. 국내에서는 드문 ‘총기 사건’ 대신 학교 내 따돌림이나 군대 내 가혹행위로 불거지는 비극을 대치해 생각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라는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본 부모 관객이라면 주인공의 가혹한 숙명 앞에 마음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매스' 스틸컷 (오드(AUD))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당시 ‘매스’가 “화해, 용서, 치유”를 말하는 영화라고 했다. 그 어려운 일이 정말 가능할까.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과 고집 있는 연출로 완성된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 관객상을 비롯 전 세계 영화제 43관왕에 오르면서, 관객으로부터 일말의 가능성을 입증받은 듯싶다.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11분,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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