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루나 사태”… 금융당국, ‘디지털자산법’ 내년 제정 추진

입력 2022-05-15 13:4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현재 검사 및 감독 권한 없어

▲OKX가 13일(현지시간) 루나, 테라, 앵커, 미러에 대한 거래 종료를 공지하고 있다. 출처 OKX 트위터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을 뒤흔들자 금융당국이 긴급 동향 점검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 보호를 담은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내년에 제정한 뒤 2024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주요국 추이 살피며 관련법 제정 속도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사태가 터지자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주요국들의 가상화폐 규제 법률에 대한 제정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련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 및 감독할 권한이 없어 직접적인 조치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 소비자들이 가상자산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계기로 삼도록 하는 데 노력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루나 사태와 관련해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동향 점검을 하고 있으나 당장 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코인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코인 거래의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해선 감독 권한이 있다. 하지만 가격 폭락 사태와 관련해서는 개입 근거가 없다. 감독 및 소비자 보호 필요성이 커지면서 향후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업계에서 한국산 코인으로 분류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가 최근 연일 폭락해 가상화폐 시장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달러→테라→루나로 이어지는 가치사슬…비트코인 폭락 속 속수무책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예견된 사태라고 입을 모은다. 테라(UST)를 지탱하는 루나의 자산성을 유지하는 구조가 취약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상자산 호황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금융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비트코인 고래’들을 털어먹는 과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라는 1달러로 가치가 고정(페깅)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1테라=1달러’ 공식을 유지하기 위해 루나의 물량을 조정한다. UST의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는 테라폼랩스에 UST를 예치 후 1달러치의 루나를 받는다. 이처럼 유통량을 조절하며 UST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방식이다.

달러-UST-루나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의 전제는 ‘비트코인의 가격의 우상향’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테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비영리단체 ‘루나파운데이션 가드( LFG)’는 UST와 루나의 가격 유지를 위한 지급준비금으로 약 13억 달러의 비트코인을 예치하고 있었다. 가격 방어를 위해 비트코인을 푸는 방식이다.

최근 미 연준의 긴축 행보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추락하다 보니, 비트코인을 풀어도 루나의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다.

업계 전문가 A씨는 “페이스북 리브라나 텔레그램의 그램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계획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모두 불허 중인데 지급준비금의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하느냐”며 “기초자산으로서의 루나의 자산성 유지가 (사업모델 설계 당시부터) 고려가 안 되고 엉성하게 짜여 있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의 취약성 또한 폭락 유발 요인으로 꼽혔다. 앵커 프로토콜은 투자자가 루나 등 암호화폐를 맡기면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는 디파이(탈 중앙화 금융) 서비스다. 시중은행의 이자를 웃돌뿐더러, 디파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레이어로 주목 받았다.

업계 전문가 B씨는 “앵커 프로토콜 자체가 무한 대출이 가능한 구조”라며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비견되는 이유도 마치 파생 상품처럼 소규모의 원자본을 가지고 파생상품으로 무한 증식할 수 있어서”라고 분석했다.

루나 사태에 폰지 사기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투자자들이 테라 매도에 나서자 루나 가격이 함께 주저앉았는데,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앵커 프로토콜로부터 대규모 인출을 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투자금, 투자 가상자산을 다른 투자자에게 돌려막는 소위 폰지 사기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 드리우는 규제

▲테라폼랩스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전통 금융에 복속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 또한 흘러나온다. 사태 수습을 위해 외부 금융의 지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또한 강화될 것으로 관측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에 대한 규제를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업계 전문가는 “테라-루나 사건이 상당히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이라며 “미 정부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사례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산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에 들어와 있던, 금융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얼치기 아마추어리즘 사람들을 제대로 털어먹고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시장의 확대로 불공정 거래, 불완전 판매, 해킹 등 각종 범죄 행위로부터 이용자 보호 필요성이 커지자 투자자가 안심하고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주요국 중앙은행 및 국제결제은행(BIS) 등 글로벌 논의 동향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안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디지털자산 제도 마련, 가상자산사업자 등 관리, 가상사업자 검사·제재 등을 위한 조직 확대 등이 병행된다. 2024년에는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마련해 본격적인 법 시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