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미국 맘들, 분유 찾아 삼만리...세계 1위 경제대국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5-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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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맘들이 ‘분유’ 찾아 삼만리에 나섰습니다. 유아용 분유 품귀현상이 일면서 당장 아기가 배를 곯게 생겼거든요.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미국 엄마들, 분유 찾아 발동동...눈물겨운 나날

▲미국 조지아주의 한 슈퍼마켓에서유아용 분유 선반이 거의 비어 있다. 해당 매장은 분유 구입을 인당 4개로 제한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방역 규제로 일찌감치 분유 공급난이 시작됐습니다. 공급망 차질로 핵심 원료가 제때 들어오지 않은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포장이 지연됐고, 집단감염으로 일손 부족까지 심각했거든요.

설상가상, 올 2월 '애버트 사태'가 터졌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살모넬라균 등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다며 분유업체 애버트뉴트리션이 제조한 분유 3종의 리콜을 발표하고, 대상 제품의 특정 로트를 구입 또는 사용하지 않도록 호소했습니다.

결국 애버트는 문제의 분유들을 대량 리콜하고 공장을 폐쇄하면서 미국의 분유 공급난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됩니다. 이 여파로 타깃, 월마트, 코스트코, 월그린, CVS, 크로거 등 소매업체들이 분유 배급제에 들어가면서 인당 분유 구입 갯수가 제한됐습니다.

다른 분유 업체들은 공장을 풀 가동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불안 심리에 사재기 조짐까지 더해지면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시간 데이터 추적 기관인 데이터셈블리에 따르면 분유 품절률은 작년 초반 2~8% 사이였지만, 7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11월부터 올 4월 초 품절률은 31%로 뛰었습니다. 품절률은 4월에 불과 3주 만에 추가로 9%포인트 상승했고, 현재는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오와, 사우스다코타, 노스다코타, 미주리, 텍사스, 테네시 6개 주에서는 4월 24일 이후 1주일 새 분유의 절반 이상이 매진됐다고 합니다. 또 7개 주에서는 4월 초순 시점에 분유 제품 중 40~50%가 품절됐는데, 현재는 26개 주에서 공급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품귀현상이 심해지다 보니 가격은 폭등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개인 판매자들은 가격을 정상가의 2~3배까지 띄웠습니다.

아기 분유량을 줄이며 버티던 엄마들은 집에 쟁여둔 분유가 바닥을 드러내자 타 지역까지 분유를 찾아 나서는 등 눈물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상이 분유를 찾는 전화 문의죠.

이런 분유 대란은 일시적이지만, 아기의 영양 결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부모는 인터넷에서 유아용 분유 제조법을 찾아 직접 제조를 시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모유 수유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장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분유 대란이 남부 텍사스 샌안토니오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 지역은 엄마가 건강 보험이 없고,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 라틴계 주민이 많다고 합니다. 모유 수유를 할 여건이 되지 않는 엄마가 많다는 얘기죠.

◇“분유 세균감염” 내부고발...정부·기업 안일한 대응이 사태 키워

▲미국 매사추세츠주 벌링턴에 있는 애버트인더스트리 연구소 외관. EPA연합뉴스
이번 미국 분유 대란은 몇 개월 전 애버트에서 일하던 직원이 FDA에 내부 고발한 게 시작이었습니다. 내부고발자는 애버트가 미시간주 스타지스 공장의 안전 문제를 숨기고 있다는 우려를 문서로 제시했습니다. 이 공장에서 제조된 분유를 먹은 유아 4명이 크로노박터·사카자키균에 의한 희귀 감염증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유아 2명은 사망에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애버트 측은 크로노박터 사카자키균과 살모넬라균 검사를 실시한 제품은 모두 음성이었고, 스타지스 공장에서 살모넬라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FDA가 애버트의 미시간주 공장에서 제조된 분유가 리콜되기 몇 달 전에 오염 위험을 알았다는 것이 미국 정부 문서에서 밝혀졌습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를 청구해 얻은 FDA 보고서에 따르면 FDA 검사관이 지난해 9월 미시간주 스타지스에 있는 애버트 공장에 방문을 했을 때 직원을 통해 크로노박터균을 포함한 오염물질이 분유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애버트가 완제품 중 하나에서 크로노박터균을 검출했음을 나타낸 기록도 있었습니다. 직원이 장갑을 바꾸지 않고 표면을 만져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요. 그런데도 애버트는 블룸버그 측에 “유아의 질병과 자사 분유와의 관련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DPA 발동·전략비축乳’ 방안까지 제기...속타는 바이든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고민입니다. 세계 1위 경제대국에서 배를 곯는 국민이 생겼다는 건 적지 않은 충격이니까요. 그게 아이든 어른이든.

12일 백악관 브리핑은 ‘분유 대란’에 대한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기자들은 정부의 분유 대책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었고, 젠 사키 대변인도 곤란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특정 제품 생산과 공급에 대한 협조를 강제할 수 있는 DPA(Defense Production Act, 국방물자생산법)를 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마스크 대란 당시에도 미국은 DPA를 발동했었지요. 심지어 전략 비축유처럼 분유도 비축해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키 대변인은 "지금 분유 대란은 아기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리콜에 의한 것"이라며 "정부는 수요과 공급을 충족할 수 있도록 다른 공급업체의 공급을 늘리고 수입량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스위스 네슬레 산하 유아식 메이커 거버와 타깃, 월마트 등에 공급 부족 해소 노력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분유 대란을 틈 타 얌체 가격 인상 사례를 엄격히 감시한다는 방침입니다.

애버트는 11일 미시간 공장을 재개하려면 FDA 승인이 필요하다며 재개는 2주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재개해도 소매 매장에 진열되기까지는 6주에서 8주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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