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뚜껑 열린 러시아 전승절…푸틴, 전면전도 종전선언도 없었다

입력 2022-05-09 17:51수정 2022-05-1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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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침략 준비 중이었다, 우크라 특별 군사작전 정당”
향후 전쟁 행방 ‘오리무중’
서구권은 추가 제재 쏟아내며 단합 과시
G7, 원유 수입 단계적 중단 천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77주년 전승절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7주년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전쟁 승리 혹은 전면전 선언은 없었다. 러시아가 향후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푸틴이 승리를 선언한 날, 서방사회는 대러 추가 제재를 쏟아내며 관계 단절에 속도를 냈다.

9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조국과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치켜세웠다. 이어 “오늘날 러시아군은 증조할아버지와 고조할아버지가 목숨 걸고 싸웠던 것을 방어하고 있다”며 “우리 임무는 세계 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서방이 우리 국경을 위협하면서 영토 침입을 준비 중이었고 러시아의 대화 제안을 듣지 않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서방의 침략에 대한 선제적 조치였으며 전적으로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전면전 선포, 종전 선언 등 주목할 만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이날 연설에 대해 러시아가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CNN의 국제외교 전문가인 닉 로버트슨은 “푸틴이 전쟁을 끝낼 의지가 담겨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방 탓으로 돌린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치즘을 패배시킨 우리 조상들이 2차 대전에서 한 일을 잊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예정됐던 공군 퍼레이드는 날씨 탓에 취소됐다. 당초 러시아는 77주년 전승절을 기념하며 77대의 전투기가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날도록 할 계획이었다. 8대의 미그-29(MiG-29)가 ‘Z’ 모양도 만들 예정이었다. 키릴 러시아어 알파벳에 존재하지 않는 문자 Z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이 됐다.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러시아군 탱크에도 Z 문자가 새겨져 있다. 지상 퍼레이드에서는 최신형 방공미사일 Buk-M3 시스템과 T-72탱크를 포함한 131기의 무기가 동원됐다.

러시아는 올해 전승절에도 해외 고위 인사를 초대하지 않았다.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 이후 러시아 전승절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석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성과는 초라한 수준이다.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한 후 동부로 군사작전 목표를 변경했다. 화력을 집중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여전히 고전 중이다. 러시아가 점령했다고 선언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의 전승절을 앞두고 서방사회는 추가 대러 제재를 쏟아내며 단합을 과시했다. G7 정상들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의 뒤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G7은 러시아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거나 금지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푸틴의 전쟁 자금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강조했다.

일본도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대열에 동참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러시아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G7 회의를 앞두고 13억 파운드(약 2조5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지원을 승인했다.

미국도 대러 제재를 내놨다. 채널-1, 로시야-1(러시아-1), NTV 등 러시아 국영 방송 3곳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들 방송사가 크렘린궁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으로부터 수익을 벌어들여 러시아 정부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제재로 모든 미국 기업들은 이들 방송사에 광고나 기타 장비 판매를 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세운 은행 가스프롬방크 경영진 27명과 러시아 금융 자산의 3분의 1을 소유한 최대 금융기관 스베르방크 경영진 8명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미국은 그동안 유럽의 에너지 혼란을 우려해 가스프롬방크를 제재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가스프롬방크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지만 가스프롬방크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산업용 엔진, 불도저, 목제 제품, 모터 등을 포함한 품목의 수출도 제한했다. 미국인들이 러시아인들에게 회계 및 신탁, 기업 설립, 경영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보전 및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연루된 러시아 및 벨라루스 관리 2600명에 대한 비자 제한 조처도 가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전날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우즈호르도를 방문해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을 만났다. 그는 “어머니의 날에 오고 싶었다”며 “미국 국민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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