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수사에 검사들 자료 삭제…민주당 “증거인멸 베테랑” 비판

입력 2022-05-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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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연합뉴스)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일명 ‘고발사주’ 의혹 수사가 진행되자 휴대전화와 PC 등 디지털 기기 내용을 삭제하거나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7일 “수사 무력화 방법을 스스로 보여준 검사들은 증거인멸 베테랑”이라며 “검사들이 ‘증거인멸’로 볼 수밖에 없는 일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니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건을 고발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지난 6일 공수처로부터 받은 불기소 이유서에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발장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는 검사들이 하드디스크 교체와 정보 삭제 등을 했다는 공수처의 수사 과정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0년 4월 대검 수정관실에서 일했던 검사들이 2021년 9월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의혹 보도가 나온 직후 증거인멸로 의심을 살 수 있는 일을 잇따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수정관실 한 검사는 보도 당일, 불과 10일 전 교체했던 PC의 하드디스크를 재차 교체고, 7일에는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기에 앞서 또 다른 연루자인 다른 검사와의 통화 내역과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을 삭제했고, 나흘 뒤 본인 스마트폰에 삭제 정보 복구를 방해하는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28일 공수처는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검사의 휴대전화 확보했지만,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해 포렌식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10월 초에는 휴대전화가 초기화됐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11월15일 대검 수정관실 PC도 압수했지만, 저장장치는 모두 포맷과 초기화로 기록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도 지난해 9월13일 텔레그램을 원격으로 탈퇴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손 검사는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휴대전화 잠금해제에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영장 기각 뒤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공수처가 지난해 9월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첫 압수수색을 실시해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이미 교체된 뒤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서윤 민주당 대변인은 7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고발사주’ 의혹에 연류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수사망이 좁혀오자 디지털 기기의 내용을 대거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열흘 전 바꾼 하드디스크를 또 교체하고, 삭제 정보 복구 방해 앱을 설치하고, 정책관실 컴퓨터를 모두 포맷하는 등 수사 증거자료를 철두철미하게 삭제했다”고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다르지 않았다. 공수처가 의혹 제기 이후 압수수색을 통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지만, 이미 교체된 뒤였고 비밀번호도 제공하지 않았다. 차량 블랙박스도 수색했지만 자료는 모두 삭제된 뒤였다”면서 “결국 이들의 조직적 증거인멸과 수사 방해가 윤석열 당선자와 한동훈 후보자의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홍 대변인은 “그동안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이 일관되게 모르쇠로 딱 잡아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증거를 없앴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냐”라고 반문하며 “‘증거가 없는데 너희들이 우리를 잡아넣을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사고가 범죄자가 아닌 검사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면 기가 막힐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증거만 인멸하면 얼마든지 수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범죄자 같이 증거를 인멸하는 검사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지우기 위해 증거인멸을 하는 검찰이 범죄자와 무엇이 다른지 국민은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공수처는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를 기소하고, 고발장 작성자는 찾아내지 못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검사들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 작성과 정보 수집을 지시하고, 이를 당시 총선 후보이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사건의 주요 인물인 손 검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을 적용해 불구속 기소처분했다. 하지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은 무혐의 처분했다.

김웅 의원은 손 검사와 공모관계가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검찰에 이첩됐다. 당시 김 의원은 총선에 출마한 민간인 신분으로 공수처의 수사대상에서 벗어난다. 김 의원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부분은 무혐의 처분됐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당시 검찰총장으로 사건 배후로 지목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사법연수원 부원장),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검사 3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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