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닥터 스트레인지2’ 보기 전 "공부하세요"…복잡한 세계관, 독 or 득?

입력 2022-05-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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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블 스튜디오 영화 사상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작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닥터 스트레인지 2)’가 개봉했습니다. 이는 영화 제목처럼 세계관이 ‘대혼돈’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한데다 수위가 상당한 호러 장르입니다. ‘킬링타임용’으로 사랑받던 그간의 마블 영화와는 사뭇 다릅니다. 대중성보다는 ‘마니아’를 노린 것 같죠.

그럼에도 ‘닥터 스트레인지 2‘는 극장가를 점령했습니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개봉 이후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 177만8250 명을 돌파하며 대흥행에 성공했습니다. 5일 어린이날 하루에만 1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역대 어린이날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세계관...‘덕후’들 “오히려 좋아”

이처럼 조금은 낯선 호러 슈퍼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2’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다름 아닌 ‘멀티버스(다중우주)’ 세계관 때문입니다. 멀티버스의 복잡한 플롯이 오히려 ‘덕후(한 분야에 몰두한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한 것입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세계관의 제왕입니다. 이미 2008년 ‘아이언맨’ 1편을 시작으로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무려 11년 동안 마블의 슈퍼히어로 세계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를 구축해왔죠. 심지어 MCU에는 세계관을 관리하는 위원회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MCU와 관련한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이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정밀하게 구성된 세계관은 복잡해도 팬들에겐 일종의 재밋거리입니다. 특히 MCU 1~3기를 어벤져스가 이끌었다면, ‘멀티버스’는 MCU 4기를 이끌 핵심 세계관입니다. 이 멀티버스 세계관의 포문을 ‘닥터 스트레인지 2’가 열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마블 팬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녔습니다. 즉 세계관이 어렵든, 내용이 무섭든 상관없이 관람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어려운 세계관조차 몰입도로 승부 본 ‘덕후’들은 부담이 없습니다. 오래된 마블 팬들 일수록 복잡한 멀티버스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즐길 준비가 돼있습니다. 문제는 일반인들입니다. 이들은 마블 영화를 공부하지 않으면 ‘닥터 스트레인지 2’의 기본 서사조차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모르고 가면 피눈물”...마블 작품 공부해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등장한 스칼렛 위치(완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실제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마블 작품을 여럿 시청해야합니다. 우선 전작이자 2016년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를 봐야 이번 영화의 기초 토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디즈니+ MCU 드라마 시리즈 ’완다비전‘도 봐야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스칼렛 위치(완다)의 서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이외에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려면 MCU 애니메이션 ’왓 이프‘를, 멀티버스세계관을 이해하려면 MCU 드라마 시리즈 ’로키‘를 시청해야 합니다. 덕분에 MCU 영화를 꾸준히 시청해온 마니아들이라면 작품들을 연결시키고 해석하는 재미에 푹 빠질 겁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이라면 ‘공부해야 재밌는 영화’에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 2’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 속 화려한 영상미를 보는데 그칠 지도 모르죠.

이에 유튜브 등에는 일명 ‘선행학습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닥터 스트레인지 2’를 검색하면 ‘닥터 스트레인지 떡밥, 비하인드 분석 총정리’, ‘닥터 스트레인지 보기 전 알아야 할 내용 총정리’와 같은 제목의 영상들이 끝도 없이 나옵니다. 심지어 “모르고 (영화 보러)가면 피눈물 흘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형극장체인 AMC를 비롯한 각종 외신들은 마블 시리즈를 시청하는 순서까지 기사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젠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를 봐야하는’ 사전 공부가 필요한 시대가 된 것입니다.

세계관, 이제는 MZ세대 ‘트렌드’

물론 세계관 콘텐츠는 마블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최근 영화·엔터테인먼트·유통업계 등 콘텐츠 업계 전반이 세계관 구축에 공들이는 분위기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MZ세대를 중심으로 세계관 콘텐츠가 트렌드가 됐습니다. 이들이 흥미로운 세계관의 팬이 되는 것을 ‘과몰입’이라 부르며 맘에 드는 세계관 콘텐츠를 향유하기 때문입니다.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출처=빙그레 인스타그램 캡처)
대표적으로 빙그레는 빙그레 왕국을 지키는 왕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 덕분에 17만이 넘는 팔로우 수를 자랑하며 M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죠.

K-팝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세계관이 대표적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경우 아바타 ‘아이(ae)’가 살고 있는 디지털 세계 ‘광야’, 인간과 아이의 연결인 ‘싱크’ 등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 트렌드는 고정 팬 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두터운 팬덤 층이 콘텐츠의 인기를 북돋아주기 때문입니다. 반면 일각에선 신규 팬 층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분석합니다. 신규 팬들에겐 너무 복잡한 세계관이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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