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머니 종말 맞은 세계 금융시장…G7 중앙은행, 올해 4100억 달러 돈줄 죈다

입력 2022-05-02 15:49수정 2022-05-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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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대응 위해 각국 중앙은행 양적완화→양적긴축 모드
연준 자산축소 속도, 과거 두 배 달할 듯
ECB 등 다른 중앙은행도 동시다발적으로 긴축 나설 전망
“1조 달러 양적긴축 때마다 주가 10% 하락”

▲미국 20달러 지폐. AP뉴시스
세계 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180도 전환하는 국면을 맞이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던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손에 떨어지자 발 빠르게 방향 전환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대 자산가치 상승을 이끌던 ‘이지 머니(Easy money·자금 조달이 쉬운 상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들이 올해 남은 기간 약 4100억 달러(약 519조 원)의 자산을 축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2조8000억 달러를 추가로 풀면서 총 8조 달러 넘는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풀었던 것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의 극적인 반전을 나타내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2020년 팬데믹 직후 자국의 경제와 자산 가격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대적인 부양책을 펼쳤다.

이들이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은 글로벌 경기회복 마중물이 되는 효과도 있었지만, 자산 버블을 촉발했으며 중앙은행들의 대차대조표(자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연준이 2020년부터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대거 사들여 보유자산만 약 9조 달러에 이르게 됐다.

공급망 혼란 등 각종 불확실성 요소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들의 초점은 경기회복과 고용시장 안정에서 물가 안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조치라는 돌발 변수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악화하는 등 글로벌 경제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연준만 단독으로 자산 축소에만 나서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던 과거의 ‘긴축 모드’와 달리 이번에는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도 동참하는 대대적인 긴축 모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종전 0.00~0.25%에서 0.25~0.5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3~4일 이틀간 진행하는 FOMC에서 50bp의 ‘빅 스텝’ 인상에 나설 것을 확신하고 있다.

또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자산 축소인 이른바 양적긴축에 나서는 한편 그 속도도 과거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양적긴축 속도가 2017년과 비교해 두 배 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공개된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매달 최대 950억 달러 상당의 자산을 축소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만기 도래 채권 원리금을 다른 채권에 재투자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보유자산이 줄게 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본부. 워싱턴D.C/신화뉴시스
연준뿐만이 아니다. 인플레이션 충격에 다른 중앙은행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양적긴축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3분기 양적완화를 종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영국 영란은행은 이미 올해 2월 채권 재투자를 중단해 양적긴축에 착수했으며 이달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중앙은행도 양적긴축을 통해 향후 2년간 국채 보유량을 40% 축소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문제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긴축에 나서면서 자칫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양적긴축으로 인해 기업의 차입 비용이 늘고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양적긴축 우려가 커지자 채권 금리는 치솟고 주식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달러화는 강세를 거듭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일부 투자사들은 발 빠르게 올해 경기둔화를 전망하며 고위험 채권이나 신흥국 채권 투자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씨티그룹은 1조 달러 규모의 양적 긴축이 이뤄질 때마다 향후 12개월간 주가가 약 10%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나타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에 에레로는 “이는 전 세계에 큰 재정적 충격”이라면서 “유동성 감소와 달러 가치 절상으로 인한 결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 세계 경제가 ‘긴축 발작’을 일으켰던 2013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9년 전과 달리 미국과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이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돼 있어 자산 가격 변화 추이를 평가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진 타누조 컬럼비아스레드니들 글로벌 채권 대표는 “양적긴축과 단기금리 상승, 강달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결합해 미국과 전 세계에 큰 역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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