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272.50원에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1270원대까지 치솟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컸던 2020년 3월(1285.70원)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다만 29일인 이날 하락 전환하며 127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원ㆍ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세는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기조에 연동된 영향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 장중 103.4포인트를 웃돌며 2017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세도 원화의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10조7389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중국 락다운(봉쇄 조치)으로 인한 영향도 유효하다. 원화와 탈동조화 흐름을 보이던 위안화가 이달 하순부터 급격하게 약세 전환하면서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원화와 위안화 간 상관계수는 0.89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 흐름도 원화 가치를 떨어트릴 공산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4월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증가했는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으로 수입액이 25.5% 늘며 52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억3200만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번 달 무역 적자 규모는 월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된다. 문제는 원화뿐만 아니라 엔화나 위안화 등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탓에 수출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도 부담이 커진다. 특히 각종 비용을 외화로 거래하는 항공사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내리면 약 45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재무제표상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약 19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한 달러 부채 규모는 9조4497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적 오버슈팅(일시적 폭등)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며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위험 회피 심리와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만큼 원ㆍ달러 환율 상단은 1300원 수준으로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