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급 중단’ 폭주하는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중대기로 놓인 우크라전

입력 2022-04-27 16:09수정 2022-04-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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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즈프롬, 27일부터 폴란드ㆍ불가리아 가스공급 중단
폴란드 “가스저장고 80% 채워진 상태”
불가리아, 러시아산 가스 비중 90% 달해
오스틴 미 국방 “앞으로 몇 주가 결정적”

▲사진은 폴란드 가스관 운영사 가즈시스템의 가스 저장소에 가스관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서방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면서 전쟁이 길어지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가 끝내 에너지를 무기로 휘두르면서 서방과의 관계는 더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앞으로 몇 주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폴란드 천연가스업체 PGNiG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으로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불가리아 경제부도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가스를 차단한다고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가스네트워크연합 확인 결과 27일 현재 러시아에서 폴란드로 향하는 가스 공급은 멈췄다. 불가리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 중단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결제 통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말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비우호국에 천연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도록 조치했다. 이를 거부할 경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이후 폴란드와 불가리아를 비롯한 서방사회는 러시아의 요구가 계약 위반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계약된 통화인 달러나 유로로 결제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에너지를 무기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 시대 이후 어떤 정치적 갈등 상황에서도 신뢰할 만한 가스 공급국이라는 이미지를 표방해왔다.

러시아가 유럽의 ‘생명선’인 천연가스관을 볼모로 잡은 것은 유럽에 대한 적대감이 그만큼 커졌음을 반영한다. 이번 가스공급 중단 조치는 유럽을 향한 에너지 위협의 ‘본보기’ 성격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사회는 강경한 대러 입장을 견지하며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통로 역할을 해왔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친러 성향이 강한 불가리아 역시 EU의 대러 제재에는 적극 동참했다.

폴란드는 일단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 여파가 크지 않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 가스저장고는 80% 채워진 상태”라며 “그동안 가스공급처를 다양화하는 준비도 해왔다”고 말했다. 가즈프롬과의 장기 계약이 올 연말 만료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은 이미 계획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불가리아 역시 대체처를 찾고 있다며 가스 소비를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파급력을 일축하고 있지만, 러시아산 가스의 갑작스러운 공급 중단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각각 45%, 90%에 달한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아 대체 연료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미국의 공급에도 한계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에너지 수요를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원유 생산은 하루 1180만 배럴로, 코로나 직전인 2020년 3월(1310만 배럴)보다 적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올해 하루 평균 1200만 배럴에 불과하고 내년 약 10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하루 수입량인 400만 배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러시아가 유럽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에너지를 무기로 휘두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도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독일은 30년간 유지해온 방침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대공전차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앞으로 몇 주가 우크라이나에 결정적 의미가 될 것“이라며 “속도전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도 이번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글로벌 안보질서의 중요 분수령이라며 도발한 러시아를 그대로 두면 1945년 만들어진 국제 안보질서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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