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족들, ‘왕세자 무서워’ 6억 달러 이상 부동산·요트 등 매각

입력 2022-04-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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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왕세자 눈에 안띄려 자산 매각
왕족 호화생활에 연간 수십억 달러 정부 예산 투입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리야드/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이 6억 달러(약 7500억 원) 이상의 부동산과 요트, 예술품 등의 자산을 매각한 것이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왕족들이 소유한 자산의 유지보수와 세금 납부와 직원 급여 등 생활비를 충당할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산 매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최근에 매각한 자산 목록에는 1억5500만 달러 규모의 영국 부동산과 200피트(약 60.96m) 길이의 고급 요트 2척, 무굴제국 시대의 왕실 보석 등이 있다. 보유 자산을 매각한 왕족 명단에는 사우디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히는 전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 반다르 빈 술탄 왕자도 포함돼 있다. 반다르 왕자 대변인은 자산 매각 이유에 대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하는 놀라운 일과 모든 투자 기회를 창출하는 왕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혜택을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왕족들의 자산 매각 배경에는 사우디의 실세이자 사실상의 지배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36세인 빈 살만 왕세자는 왕족이 그간 누리던 특권을 축소하고 왕족에게 지급되는 왕실 예산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그간 왕족들의 호화로운 생활을 유지하는데 한 달에 3000만 달러(375억 원) 가량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고 꼬집었다. 소식통은 “많은 왕족이 급변하는 세계 경제 변화와 ‘수도꼭지를 잠근’ 사우디 내 변화로 인해 자신들의 생활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왕궁의 전기 및 수도 요금을 포함해 수천 명의 왕족에 대한 특혜를 축소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4명 이상의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왕족에게는 가사도우미 1인당 250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특권은 최대 수십억 달러어치에 달하며 이제까지 모두 사우디 정부의 연간 비용으로 처리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한 왕족들이 그간 부의 축적 수단으로 사용했던 석유와 부동산 매매 등 정부와 관련한 사업 참여도 점진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여기에 빈 살만 왕세자의 눈치를 보는 왕족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왕족들은 빈 살만 왕세자를 두려워한다. 뒷주머니에 현금을 넣는 대신 눈에 띄는 부를 소유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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