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슴 쓸어내린 프랑스 대선...의미와 과제는

입력 2022-04-25 16:18수정 2022-04-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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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득표율 58.54%로 르펜의 41.46% 누르고 연임 성공
EU 집행위원장 “탁월한 협력 계속할 수 있어 기쁘다”
극우 기반 확대는 넘어야 할 과제
인플레·우크라 난민 등 현안도 산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결선 투표 결과 연임에 성공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꺾고 연임에 성공했다. 반유럽·반서방·친푸틴을 표방한 르펜을 상대로 마크롱이 승리하면서 서방 동맹국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극우 후보가 프랑스 역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는 점에서 마크롱 2기 출범은 안도와 경고가 교차하는 순간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는 전날 치러진 대통령 결선 투표 개표 결과 마크롱 현 대통령이 득표율 58.54%로, 41.46%에 그친 르펜을 눌렀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에서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20년 만이다. 2002년 중도우파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르펜 후보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을 64%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한 게 마지막이었다.

‘친유럽’ 노선의 마크롱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가면서 유럽연합(EU) 통합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승리를 확정 지은 후 지지자들을 향해 “더 독립적인 프랑스와 더 강한 유럽을 위한 승리”라며 “더 나은 5년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선 결과에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안도감을 표했다. 이번 선거는 서방의 대러 노선을 좌우할 분수령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강력히 대응해 온 나토와 EU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찬양하고 EU와 나토에 적대감을 드러낸 르펜이 당선될 경우 대러 연합전선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크롱 당선으로 한시름 놓은 유럽 지도자들은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내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의 탁월한 협력을 계속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우리는 함께 프랑스와 유럽을 전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프랑스 유권자들은 오늘 유럽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줬다”며 “우리가 계속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후보가 24일(현지시간) 대선 패배 승복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UPI연합뉴스
그러나 마크롱 2기는 험로가 예고됐다. 특히 극우 세력의 기반 확대는 마크롱 대통령이 넘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프랑스 극우 후보는 2002년, 2017년, 그리고 올해 결선에서 각각 17.8%, 33.9%, 41% 득표율을 기록했다. 2017년 마크롱과 르펜의 득표율 격차는 32%포인트였다. 5년 만에 격차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르펜은 선거 패배 후 ”거대한 자유의 바람이 프랑스에 불고 있다”며 “나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6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력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마크롱이 이끄는 집권 여당이 하원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정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마크롱 대통령은 “나를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극우를 막기 위해 나에게 투표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극우를 선택한 유권자들의 분노를 해결할 답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르펜은 반이민, 반EU, 반유로화를 앞세웠던 2017년과 달리 인플레이션, 연료 가격 등 경제 이슈에 집중해 마크롱 정권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를 공략했다. 그 결과 농촌 지역과 젊은 층에서 큰 폭의 지지를 얻어냈다.

높은 물가 이슈와 함께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우크라이나 난민,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재설정 등도 마크롱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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