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정보 공개하지 마"...서방 제재 맞서는 러시아의 ‘꼼수’

입력 2022-04-2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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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부, 부채ㆍ무역ㆍ석유 관련 데이터 공개 제동
서방의 추가 대응 차질 불가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경제 지표 공개를 제한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 여파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대응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부채, 무역, 석유 생산 관련 데이터 공개에 제동을 걸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채 상환 일정 공개를 중단했다. 러시아 국영 미디어 타스는 러시아 에너지부가 월간 원유 생산 및 선적 관련 데이터 배포를 무기한 중단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의회는 은행들이 해외 정부와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정보 공개 제한에 대해 서방의 추가 제재로부터 러시아 경제와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가로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켰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제재 여파로 러시아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에서는 서방 기업들이 탈출 러시를 벌이면서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러시아가 경제 상황 관련 정보 공개를 중단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대응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추가 대응 방식을 조정해야 하는데 정보 제한으로 현실 파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연구소(IIF)의 엘리나 리바코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경제 상황을 모호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러시아 미디어와 통계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 ‘철의 장막’이 양쪽에서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 샤기나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 방문 교수도 정보 공개 중단에 대해 “중요 정보가 누락되면 제재를 설계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금융 제재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깜깜이’ 정보가 특히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 데이터 분석가들은 유조선 추적 및 무역상 정보 취합 등 복수의 수단을 활용하지만 러시아의 공식 데이터 없이 글로벌 공급을 면밀히 관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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