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세션, 전쟁 따른 공급 충격에 인플레 심화
전통적인 재정·통화정책 한계
IMF,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3.6%로 하향
세계 경제가 ‘워세션(War-cession)’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워세션은 전쟁 여파로 공급 측면이 타격을 입어 나타나는 경기침체로, 일반적인 ‘리세션(Recession)’과 다르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도 구별된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워세션을 이유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했다. 워세션의 특성상 전통적인 재정 및 통화 정책으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당국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원 수출국들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한 영향이다. 이에 식품, 에너지, 금속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그 여파로 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 이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긴축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전, 전쟁이 덮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초래한 이와 같은 경기침체를 ‘워세션’으로 정의했다. 통상 리세션은 생산·수요 감소와 함께 물가도 하락한다. 데이비드 로슈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 대표는 “통상적인 경기침체와 달리 워세션에서는 비용과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동시에 생산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전쟁 여파로 공급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것이 워세션의 특징이다.
워세션은 1970년대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과도 다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이 약하거나 정체된 상태에서 가격이 계속 상승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4~1982년 석유 파동으로 당시 미국 인플레이션율은 평균 8%에 달한 반면, 경제 성장률은 2%에 불과했다. 로슈 대표는 “약한 실질 경제성장률과 함께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워세션은 수요 충격이 아닌 공급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워세션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의 4.4%에서 3.6%로 하향 조정했다. 피에르-올리비에 거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의 밀·옥수수, 러시아의 석유·천연가스·금속 수출 중단이 글로벌 상품시장과 세계 경제에 지진파와 같은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다”며 “대러 수출 규제가 더 강화될 경우 전 세계 생산에 더 부하가 걸리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EE)도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3%로 전망해 작년 5.8%에서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워세션 국면에서 글로벌 금융당국의 대응이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리세션과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적용했던 전통적인 재정·통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정부가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부양책을 써봐야 소용이 없다. 현재 문제는 공급 요인에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경제 사건이 아니어서 이미 나타난 침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금리 인상으로 경기를 희생하면서도 물가가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IMF는 공급망 문제가 완화해도 전 세계적인 가격 상승이 완화될 기미가 없다며 선진국 인플레이션율은 5.7%, 신흥시장은 8.7%로 올해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