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계곡살인’이 ‘검수완박’ 논란에 거론되는 이유

입력 2022-04-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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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연합뉴스)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조현수가 공개수배 17일 만에 검거됐습니다. 두 사람의 검거로 자칫 묻힐 뻔했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이 이제라도 낱낱이 밝혀지길 바라는데요.

그런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검찰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상태였다면 두 사람을 검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로 이씨와 조씨의 ‘계획 살인’ 범행을 입증하지 않았다면, 진상을 못 밝혔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계곡 살인’이 쏘아올린 ‘검수완박’ 반대론

15일 안미현 전주지검 검사(당시 의정부지검 검사)는 ‘계곡 살인’ 사건 당시 경찰의 내사종결 의견에 대해 의견대로 내사종결할 것을 지휘했던 점을 사과하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곡 살인’에 대해 “검사로 하여금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오로지 서류만 보고 판단하게 했을 때, 검사에게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이 있어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다행히 검수완박 전에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며 “경찰만이 아니라 검찰도 실체관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안미현 전 전주지검 검사 사진(연합뉴스)과 안 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출처=안미현 검사 페이스북)
이는 검수완박이 되면 계곡 살인 사건의 ‘내사 종결’ 사례처럼 혐의를 입증하지 못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계곡 살인 사건은 사건 초기 가평경찰서에서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내사 종결됐습니다. 그러나 일산 서부경찰서에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 경찰과 인천지방검찰이 합동 검거팀을 꾸려 최종적으로 범인을 검거했으니, 검찰의 직접 수사가 피의자 검거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지요.

이에 인천지방검찰청도 검찰의 직접 수사가 계곡 살인의 범행을 입증할 수 있다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17일 인천지검은 “경찰 차원의 재수사로 피해자에 대한 살인 혐의 입증이 충분했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속칭 ‘검수완박’ 상태였다면, 경찰에서 확보한 증거만으로 기소해 무죄 판결을 받았거나 증거부족 무혐의 처분을 하였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대 근거 충분치 않아”...검·경 입장 충돌하나

반면 ‘계곡 살인’ 사건을 ‘검수완박’의 반대 근거로 보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살인 혐의를 밝힌 공로는 검찰뿐 아니라 경찰의 성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8일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정례간담회에서 “경찰이 단순 변사 종결한 걸 검찰에서 밝혀냈다는 일부 주장은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초 가평경찰서에서는 변사자 부검 결과와 통화 내용, 주변인과 보험관계 조사 후 명확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내사 종결한 것은 맞다“면서도 ”한 달 후 일산경찰서가 재수사를 통해 살인 혐의를 밝혀 송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과 경찰이 각자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남 본부장은 “누구는 잘했고 못했고 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계곡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윤 모씨가 사망했을 당시 가평경찰서가 이를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종결 의견을 보내자 검찰도 그대로 수사지휘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다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것은 일산 서부경찰서입니다. 이에 계곡 살인 사건의 혐의를 밝혀낸 핵심을 ‘검찰’이 아닌 ‘경찰’로 본다면 앞서 ‘검수완박’ 반대론과는 상반된 주장도 가능합니다.

검수완박 법안, 문제 되는 이유

물론 이번 사건과 별개로 ‘검수완박’ 법안 추진 자체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권이 ‘검수완박’으로 6대 범죄를 수사할 기관이 없어진다는 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수사 권한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 및 대형참사)와 경찰이 넘긴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권한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의 수사권한을 완전히 없애고 기소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만 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즉 검찰청법에서 검찰이 6대 범죄에 대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까지도 삭제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서 수사기능 분리해내면, 검찰이 가진 6대 범죄 수사권이 정확하게 말하면 어디로 가는 게 아니고 그냥 증발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국가수사총량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올린 글 일부.(출처=황운하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 경찰의 수사가 미진할 때 검찰이 보안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개정법에서는 검사가 경찰에게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도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는 없고,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7개국이 헌법이나 법률에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사권이 완전히 분리된 경우는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이에 정치권에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은 검·경의 정면충돌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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