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누군가 내 보험금을 노린다…‘이은해 사건’으로 본 종신보험의 함정

입력 2022-04-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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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16일 검거됐다. (연합뉴스)
누군가 내 생명을 담보로 한 보험금을 노리고 있다면?!

영화에나 나올 법한 끔찍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명 ‘가평 계곡 살인’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보험 계약 기간을 만 55세로 짧게 잡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요. 이번 사건은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종신보험의 취약점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은해·조현수, 공개수배 17일 만에 검거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와 조현수가 16일 검거됐습니다. 공개수배 17일 만입니다. 이 씨는 내연 관계에 있는 조 씨와 2019년 6월 30일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당시 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트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A씨 명의로 된 ‘생명보험금’ 8억 원을 받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씨는 2017년 3월 혼인신고를 한 후 남편 A씨 명의로 생명보험 4건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씨는 A씨 사망 5개월 후 보험사 측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회사 측에서는 보험사기를 의심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전 남자친구 B씨의 죽음에도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B씨는 2014년 7월 태국 파타야에 이 씨와 함께 여행을 갔다가 스노클링 중 익사했습니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B씨의 사고 역시 보험금을 노린 이 씨의 범행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는데요. 조사 결과 당시 보험금은 B씨의 유족이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씨의 범죄 혐의가 있는지 추가로 살펴볼 계획입니다.

보험금 노리고 살인까지...생명보험이 뭐길래?

▲출처=이미지투데이

생명보험은 사람의 사망 또는 일정한 연령까지의 생존 시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망 후 유가족의 생활 보호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하죠. 생명보험의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종신보험’입니다.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정기보험과 달리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을 보장합니다.

이 씨는 A씨 명의로 4건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매달 59만 원의 보험료를 냈습니다. 보험료가 가장 높았을 때는 월 70만 원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이 씨는 결혼 전 대부업체에 진 빚을 갚지 않아 소송을 당하는 중에도 A씨의 생명보험료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보험사들은 이렇게 여러 건의 생명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사기를 의심할 수 없었을까요?

보험사는 가입자들이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정보조회를 통해 해당 가입자가 어떤 보험 상품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종신보험의 가입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보험사 측에서 가입자의 추가 가입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보험의 경우 가입 한도 제한이 있지만, 1인당 50억~80억 수준으로 매우 높습니다. 사실상 상한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생명보험은 이번 사건처럼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입 과정에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종신보험 가입할 때 확인해야 하는 건?

▲출처=이미지투데이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수익자 지정’입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수익자를 누구로 지정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통상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수익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종신보험의 수익자는 대부분 ‘법정상속인’으로 자동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수익자는 배우자나 자녀가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사망보험금 수령 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익자를 명확하게 지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익자를 가족관계가 아닌 제3자로 지정하는 경우 보험사 측에서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신보험이 피보험자의 사망을 담보로 하는 만큼 보험사기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 씨는 A씨의 배우자였기 때문에 수익자를 본인으로 지정할 수 있었습니다.

또 종신보험의 경우 2개월간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실효된다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보험이 효력을 잃는다는 의미입니다. 보험료를 다시 지급하면 되살릴 수 있지만, 계약을 되살릴 때는 보험사 측의 심사가 다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때 보험을 되살리는 목적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회사 측에서 이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종신보험은 ‘보장성 보험’...가입 목적 유의해야

▲출처=이미지투데이

종신보험은 목돈 마련을 위한 ‘저축성 보험’이 아니라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 사망 시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보장성 보험입니다. 저축성 보험보다 많은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공제하기 때문에 만기에 돌려받는 금액이 원금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6월 종신보험이 사회초년생의 목돈 마련에 적합하지 않다며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접수된 불완전판매 관련 보험 민원 4695건 중 종신보험에 대한 민원은 3255건으로 약 70%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민원인 중 10~20대의 비중이 36.9%(1201건)로 가장 높았습니다. 10~20대의 민원 대다수는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으로 설명을 듣고 가입했다며 이미 납입한 보험료의 환급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금감원은 “종신보험은 본인(피보험자) 사망 시 유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보장성 보험”이라며 “일부 모집인들이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종신보험을 보장성 보험이 아닌 저축성 보험으로 설명해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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