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 안갯속…비대위 “소송 불사”

입력 2022-04-17 19:00수정 2022-04-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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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빨라야 올해 하반기 착공 예상
토지뿐 아니라 여러 절차 남아있어
비대위 “합의 원해…안될 시 소송까지”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사진제공=경기도 용인시)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단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주민들의 반발로 일러야 올 하반기에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토지 보상이 70%가량 진행됐지만, 나머지 30%를 두고 주민들은 토지 보상 관련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30% 대부분은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연합비상대책위원회가 소유하고 있어 착공 지연이 불가피하다.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연합비대위 소속의 한 주민은 “이 지역 공시지가가 애초에 도시에 비해 낮은 데다 토지 보상가도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땅을 내놓은 것보다 여기서 비닐하우스 짓고 농사짓는 게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 2019년 126만 평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이 발표된 시점에 설립됐다. 약 3년이 지났지만 아직 협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그동안 비대위와 사업 시행사인 주식회사 용인일반산업단지가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다만 토지 보상이 70% 이상 진행되면서 수용재결 신청 가능성도 나온다. 수용재결은 공익을 위해 국가의 명령으로 특정물의 권리나 소유권을 강제로 징수해 국가나 제삼자의 소유로 옮기는 처분을 뜻한다. 수용재결이 시행·완료되면 시행사가 100% 소유권을 얻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용재결의 조건은 갖춰졌기 때문에 나머지 30%의 협상 여부는 상관없으며 토지 보상문제보다 다른 절차들이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다만 기업들 입장에서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발은 다소 부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시행사가 수용재결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용재결을 위한 과정도 수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토지뿐 아니라 지장물 보상, 문화재 시굴 등 착공을 위한 여러 작업이 남은 상태로 기존에 발표한 상반기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용인시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 시굴 작업 등 여러 허가 절차가 남은 상황”이라며 “강제 수용 절차도 60~70%인 상황에서 수용재결을 한다고 곧바로 100% 소유권을 얻는 것이 아니므로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의 환경평가 등으로 3년 가까이 지연돼 온 사업이 주민들의 소송 불사 목소리에 안갯속 상황에 처하게 됐다. 본격적인 소송전이 시작되면 결론이 나는 데 5년 이상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산단에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협력 업체 50여 곳도 입주한다. 기업들 입장에서 착공 지연은 큰 부담이기 때문에 소송 가능성 등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시세에 맞춘 토지 보상을 원하며 대화와 타협할 준비가 언제든 돼 있다”며 “하지만 만약 타협 없이 강제된다면 착공 지연을 위한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규제 및 인허가 절차 완화 등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아직 구체적인 사안이 나온 것은 아닌 데다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입주하는 한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 간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착공 지연이 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늦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건 사실”이라며 “인수위의 발표로 기대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 방향성 정도만 나왔다 보니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여러 절차적인 부분이 남아 있어 최소 2~3분기 정도는 착공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본다”며 “(기업이 할 수 있는 차원에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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