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물가’ 3월 CPI 8.5%↑...바이든, 高에탄올 휘발유 판매 긴급 허용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멘로에 있는 한 바이오연료 공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멘로/AP뉴시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5% 올라 40여 년 만에 또다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속된 물가 급등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여름철 판매를 금지한 고(高)에탄올 함유 휘발유 거래까지 한시적으로 허용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노동부는 3월 CPI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전월 상승 폭(7.9%)을 크게 웃돌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8.4%)도 웃돌았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1.2% 올라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와 식품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 급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3월 에너지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2% 급등했다. 전월 대비로는 11% 뛰었다.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과 비료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8%, 전월 대비 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전달보다 0.3%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속된 물가 급등에 지지율 하락 우려가 커지자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올여름 에탄올 함유량을 15%로 올린 휘발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행정부는 ‘E15가 더운 여름철에 사용될 경우 스모그를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州) 바이오 연료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하며 "미국인의 가족 예산과 연료를 채울 수 있는 여력이 독재자가 다른 나라에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여부에 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휘발유는 에탄올 함유량이 10% 안팎인 휘발유(E10)이다. 이번 조치가 실행되면 미국인들은 오는 6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에탄올 함유량이 15%인 휘발유(E15)를 계속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통상 E15가 E10보다 갤런당 약 10센트 저렴하다.

이번 결정은 오는 11월 중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15를 사용하는 주들은 중서부와 남부에 위치해 있어 대부분 공화당 지지세가 우세한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