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중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비판했던 러시아 여기자에게 생긴 일

입력 2022-04-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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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도중 뛰어들어 “전쟁 멈추라”는 손팻말을 든 마리나 오브샤니코바.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TV 생방송 도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비판했다가 일자리를 잃은 러시아 기자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새 직장을 얻었다.

독일 대형 미디어그룹 악셀스프링거는 오브샤니코바를 자사가 발행하는 웰트(WELT)에 특파원으로 채용했다고 CBS뉴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웰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소식을 담당한다. 프리랜서로서 기사도 쓰고, TV 채널에도 정기적으로 출연한다고 한다.

오브샤니코바는 지난달 14일 오후 9시 31분께(모스크바 시간) 러시아 국영 채널1 TV 뉴스 방송 도중 진행자 뒤로 불쑥 나타나 러시아어와 영어로 쓴 반전 메시지를 들어 보였다. 종이에는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여기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오브샤니코바는 이 소동으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고, 14시간 넘게 대리인 없이 심문을 받은 뒤 러시아 시위법을 위반한 혐의로 3만 루블(약 33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석방됐다. 이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망명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나는 애국자다”라며 거절하고 러시아에 머물러 왔다.

오브샤니코바는 “나는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 저널리스트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웰트에서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웰트의 우르프 포셜트 편집장은 “국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윤리를 지켰다”며 “오브샤니코바는 현실에 대해 꾸밈없는 관점으로 러시아 시청자들과 마주할 용기를 냈다”고 평가했다.

아버지가 우크라이나인인 오브샤니코바는 러시아 남서부에 있는 공화국 체첸에서 자랐다. 그런 그녀에게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건 방아쇠나 다름없었다. 체첸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가 러시아의 두 차례 무력 개입으로 대규모 사망자를 낸 역사가 있다.

오브샤니코바는 “어린 시절 겪었던 이미지가 생생하게 남아있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더는 침묵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러시아 여성들은 그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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