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국회 연설…“러시아 막을 군사 장비, 한국에 있어”

입력 2022-04-11 18:02수정 2022-04-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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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 이어 다른 국가도 공격할 것”
“한국, 국제사회 도움으로 50년대 전쟁 이겨내”
러시아, 동부 돈바스 총공격 준비
‘시리아 민간인 폭격 악명’ 사령관도 임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우리나라 국회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오후 한국 국회에서 한 화상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도움과 우리나라의 무기 지원을 간절히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역을 거쳐 화상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러시아 배와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며 “저희가 러시아 맞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이런 무기를 받으면 일반 국민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살릴 수 있는 기회이며 다른 국가도 러시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한국 정부는 방탄 헬멧, 천막, 모포 등 군수물자와 의료물자, 인도적 지원 등을 제공했으나 “살상무기 지원과 관련해서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6·25 전쟁을 상기시키면서 “한국은 1950년대 전쟁을 한 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겨냈다. 그때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한국의 역할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연대도 거듭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여러 나라부터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으며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러시아 전쟁에서 살아남고 이기려면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모든 나라는 독립할 권리가 있다. 모든 도시는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은 전쟁으로 인해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며 “우리는 바로 이런 것을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와 함께 러시아에 맞서주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러시아가 저절로 멈출 거라는 기대는 없다. 이 상황에서는 이성이 이겨낼 것이라고 우리가 기대하기 어렵다”며 “국제사회의 동원으로 우리가 러시아가 변화를 선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피해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최근 러시아는 군사 작전을 변경해 우크라이나 동부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선 죽은 아이를 끌어안고 우는 여성에서부터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 등이 담겼다. 영상이 끝난 뒤 재등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셨습니까, 러시아 짓입니다”라며 “여러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길 요청한다”며 연설을 마쳤다.

한편 러시아군은 전열을 재정비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총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퇴각한 지 약 일주일 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민간인을 무참히 폭격한 전력이 있는 책임자를 우크라이나 전쟁 총괄 수장에 앉혔다. 우크라이나도 전투태세를 강화했다. 2차 세계대전과 같은 대규모 재래식 전투가 돈바스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주 이지움 근처에 병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인공위성에는 히르키우를 향해 이동하는 13km에 달하는 러시아군 차량 행렬이 포착됐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남부 군관구 사령관을 우크라이나 전쟁 담당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드보르니코프는 2015년 시리아에서 민간인 밀집 지역에 폭격을 퍼부어 막대한 희생을 초래,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돈바스 전투는 2차 세계대전을 연상시킬 것”이라며 “전차, 장갑차, 항공기, 포 수천 대가 동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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